‘처가 카르텔’ 논란인데…尹 약속한 ‘특별감찰관’ 어디로?
대선 당시 ‘부활’ 약속했지만 무소식…대통령 가족 감찰 ‘사각지대’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와 관련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통령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특감) 임명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특감 부활을 약속했지만, 집권 2년차에 접어든 현재 이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대통령 가족에 대한 관리‧감찰이 뚜렷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감은 대통령 소속 독립기관으로, 대통령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 행위 등을 조사하는 권한을 갖는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도입됐으며 그해 3월 검사 출신 이석수 초대 특감이 임명돼 1년6개월 활동한 후 물러났다.
이후 문재인 정부 당시 야당은 줄기차게 특감 임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끝내 임명하지 않았고 5년 내내 특감은 공석으로 남겨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특감의 부활을 공언했다. 당선 직후 윤 대통령은 사정 업무, 공직 기강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을 맡던 기존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특감을 재가동해 친인척 비리 문제를 감시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1년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특감은 그렇다 할 후보자 거론도 되지 않은 채 사실상 사장(死藏)돼 있다. 정부 출범 후 김건희 여사 관련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특감 임명을 둘러싼 논쟁이 들썩였지만 끝내 동력을 얻진 못한 채 유야무야됐다.
"대통령 가족 감찰, 완벽한 사각지대"
대표적으로 지난해 8월 윤 대통령 대외비 일정이 김 여사 팬클럽에 유출되고, 김 여사가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 공사를 따낸 업체 대표를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했던 사실 등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여야 불문 특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국회가 먼저 합의해 특감 후보를 추천하면 100% 수용하겠다"며 국회로 공을 넘겼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선 즉각 "문재인 정부 내내 뭉개더니 이제와 특감 임명을 요구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여기에 특감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의 동시 처리를 주장하며 민주당과 충돌했고, 특감 논의는 중단됐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대통령실이 내부에 공직자 감찰조사팀을 신설하면서 또 한 번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조직이 사실상 대통령 친인척 감찰 기능만 쏙 뺀 과거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킨 것이란 지적이 나오면서다. 즉, 과거 청와대 조직 내에 있던 기능 대부분을 되살리면서 대통령 주변 감찰 업무만 공백상태로 둔 셈이다.
이후 또 다시 잠잠했던 특감 논의는 이번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계기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야 간 대립이 극에 달한 지금, 이번에도 논의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야권에선 윤 대통령이 특감을 재가동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지적한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취재진에 "대선 당시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가 논란이 되자 가족에 대한 감시‧감찰을 철저히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윤 대통령은 어디로 갔나"라며 "지금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관리‧감찰은 완벽한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 등 처가 리스크가 집권 직후부터 계속 터져 나오는 걸 봤을 때, 아마 임기 끝까지 윤 대통령 손으로 특감을 부활시킬 일은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여권 일각에선 이른바 '처가 카르텔' 등 논란이 커질수록 특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권의 공세가 계속되는 만큼 관련한 리스크를 깔끔하게 털어내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금, 야권의 '처가 카르텔' 공세를 깨끗이 털어내지 못할 경우 '내로남불'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며 "대통령이 가족에 대한 감찰은 계속 사각지대로 남겨두면서, 관련한 의혹이 터질 때마다 '가짜뉴스'라고만 반복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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