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양평 '니땅니땅'…여야 언제까지 정쟁만
각자 주장 검증하고 지역주민 최우선 결론 도출해야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싸우지 말고 방법을 찾아달라."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를 두고 연일 치고받는 여야를 본 한 시민의 한숨 섞인 말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정쟁 대상이 아니다. 양평군민을 생각해야 한다"면서도 정쟁을 이어가고 있는 정치권이 이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으로 시작된 고속도로 논쟁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백지화' 선언 이후 정쟁으로 이어졌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08년부터 추진해 온 양평군 숙원사업이다. 당시 민자사업으로 추진했지만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로 10년 가까이 미뤄지다가 2017년 국토부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포함됐다. 고속도로가 개통될 경우 양평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15분대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2021년4월 국토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예타 통과 노선은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총 27㎞ 구간, 사업비는 1조7695억원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부터 타당성 조사에 착수하고 올해 5월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대안 노선이 알려졌는데, 종점을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옮기고 강하 나들목(IC)을 추가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도로 길이는 2㎞ 늘어나 총 29㎞다.
이후 민주당이 대안 노선 종점인 강상면 인근 양평읍 등에 김 여사 일가가 축구장 5개 규모의 총 29개 필지를 보유하고 있다며 '김건희 로드'라는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야 공방은 시작됐다.
공방은 민주당의 특혜 의혹 제기→국민의힘의 반박과 민주당 측 인사 특혜 의혹 제기→민주당의 반박과 윤석열 정부 비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의혹제기에 양평군이 제안한 3개 노선을 검토했으며 사업효과와 환경적 측면에서 대안 노선이 유리하다며 특혜 의혹을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2년 전 민주당 소속 양평군수와 지역위원장도 강하IC 설치를 요청했다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민주당은 이에 2년 전 IC를 추가해달라는 요청만 했을 뿐 강상면 종점은 언급한 적 없다며 여권이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반박, '가짜뉴스' 공격을 '가짜뉴스'로 맞받았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원안의 종점 부근에 민주당 소속의 정동균 전 양평군수의 땅이 있다고 역공을 펼쳤다. 또한 원안 노선 인근에 문재인정부의 김부겸 전 총리, 유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일가의 땅 보유 의혹을 제기하며 '민주당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정 전 군수는 이에 종점과 자신의 보유한 땅이 고속도로와 무관하다고 반박했고, 국회 국정조사·특검은 물론, 원 장관에 대한 해임소추안이나 탄핵소추안까지 거론하며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야 공방 속 양평군민들의 편익을 위한 사업의 취지는 사라지는 모습이다. 다행스럽게도 여야 모두 사업 재개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현실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 및 신양평IC설치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원안'을 조건으로 사업재개를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선(先)사과 후(後)재추진'을 주장하며 야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정쟁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목소리 높이기 경쟁을 마무리하고 직접 마주보고 서로의 주장을 검증하는 토론 과정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그 전에 서로의 주장을 검증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확인'를 우선시 하는 모습은 다행스러운 지점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게이트 의혹 진상은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했고,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토론에 대한 양측의 온도차가 감지되는 부분은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사업 백지화 선언과 함께 이재명 대표에게 토론을 제안했던 원 장관은 이날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와 민주당은 더 이상 망상의 바다를 헤매지말고 공개토론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며 재차 토론을 제안했다.
반면 이 대표는 지난 7일 사업백지화 선언 당시 원 장관의 토론 제안에 "왜 나하고 하나. 토론은 양평 주민들하고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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