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는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분양가 상승은 한계… 정비사업 수주 기피하는 건설사들

채민석 기자 2023. 7. 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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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상 수익 발생해야 입찰 결정… 원자잿값 오르며 사업성 악화
분양가 높이면 미분양·조합과 갈등 문제 발생
”국내 시장 악화에 해외 건설시장에 눈 돌려… 수주 기피현상 당분간 이어질 것”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공사 현장.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뉴스1

최근 공사비와 인건비 등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건설사들이 국내 정비사업 수주를 기피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분양가를 올리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공사비 등 지출은 천정부지로 늘어나고 있어 수주 기피 분위기가 업계에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을 통해 얻는 수익은 조합원 분양 물량과 일반 분양, 상가 분양에서 발생하는 분양 수익금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공사비와 인건비, 금융비, 홍보비 등 공사와 수주를 위해 투입된 전체 금액을 제하면 해당 정비사업지에서 발생하는 순수익이 된다. 업계에 따르면 투입 비용의 90% 이상은 공사비가 차지한다.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공사비를 줄이고 분양 수익금을 최대화해야 한다. 반대로 공사비가 늘어나고, 분양 수익금이 고정되거나 줄어들면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을 수주하기 꺼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3.3㎡(평)당 공사비가 100만원만 증가해도 전체 단지로 따지면 수백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의 상황을 살펴보면 건설사들이 수주를 피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원자잿값이 오르면서 평당 공사비가 치솟고 있고, 덩달아 인건비도 상승해 투입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적으로 기준금리가 상승하며 PF대출 금리도 올라 이자를 감당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투자심의를 통해 사업성을 검토한 뒤 입찰 여부를 검토한다. 통상 수익이 5~10% 사이면 입찰에 참여한다. 입지가 좋은 강남 등 일부 사업지의 경우 수익이 1~2%대여도 정무적 판단을 거쳐 입찰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익이 나지 않거나, 되레 손해를 보는 상황이면 아무리 입지가 좋은 사업장이라도 입찰을 포기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 사업지들의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5%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지를 찾기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다.

건설사가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분양가를 높여야 하지만, 공사비 상승률만큼 분양가를 높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근 단지들의 시세보다 분양가를 높게 잡게 된다면 미분양이 발생할 우려가 생겨 오히려 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조합원들의 자기분담금이 커지기 때문에 조합과의 갈등도 불가피해진다.

공사비나 분양가 등의 문제로 조합과의 갈등이 발생하면, 최악의 경우 계약을 해지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시공사 계약이 해지되면 소송 비용이 발생하거나 그간 사용했던 홍보비를 회수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또한 건설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수주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판단이 나오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달 21일 부산 동구 초량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시공사로 선정된 호반건설과의 계약 해지 절차에 나섰다. 호반건설 측이 운영비 및 사업비를 지원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0일에는 DL이앤씨는 경기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수주를 포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7일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인근 촉진2-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도 시공사인 GS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상반기에 대형 사업지가 시장에 나오지 않은 영향도 있다. 신정4구역이나 한남5구역 등 주요 사업지들이 하반기에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당초 상반기에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었던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도 하반기로 일정을 미루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도급액이 많아 수익을 내기 용이한 대형 단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사업성을 검토할 때 사업장 크기도 고려한다. 소규모 사업장은 입출구가 좁아 공사가 어렵고, 인근 단지와의 일조권 갈등도 빈번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기피한다.

건설사들이 도급액이 큰 해외 건설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국내 정비사업 시장의 규모는 더욱 쪼그라들고 있다. 1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173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44% 증가했다. 반면 국내 민간 건설수주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4% 감소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 시장이 악화된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국내 정비사업을 수주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며 “특히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대규모 해외 건설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당분간은 소규모 사업장이나 돈이 되지 않는 국내 정비사업 수주 기피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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