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후보 낼까 말까”, 민주 “이번엔 안 놓쳐”… 총선 예비전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내년 4월 총선을 반년 앞둔 10월 열리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판이 커지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 한 자리를 선출하는 선거를 넘어 민심을 확인 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현직 구청장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당헌을 어기면서 후보를 내야 하는 상황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불과 2.6%차로 진 지난 선거를 설욕하기 위해 이를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시선이 강서구에 쏠리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지난 5월 18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으며 치러지게 됐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던 인물이다.
강서구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2.61% 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갈려 접전지로 평가받는 지역이기에 결과에 따라 수도권 전체 민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공천 여부 자체를 두고도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규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하여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당해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사유로 보궐선거가 발생한 경우 무공천한다는 당규상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와 김 전 구청장의 행위가 ‘공익제보’였던 점을 고려해 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혼재한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서울 구청장 15명이 김 전 구청장을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에 올려 재출마 기회를 줘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지도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껏 공세를 펼 태세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당장 후보를 내기보단 국민의힘 공천 여부를 보면서 공세를 취한 다음, 이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헌까지 바꿔 후보 낸 민주당의 참패
공천을 둘러싼 국민의힘 고민은 쉽게 답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무리하게 당헌을 어기면서까지 후보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
결과는 어땠을까. 당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김영춘 전 해수부장관은 52민8135표(34.42%)를 얻어 박형준 현 부산시장의 96만1576표(62.67%)의 절반을 얻는 데 그쳤다. 서울은 더욱 참담했다. 민주당은 4선 국회의원 출신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박 전 장관은 190만7336표(39.18%)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의 279만8788표(57.5%)에 크게 뒤졌다. 무엇보다 서울 모든 자치구에서 참패했다.
국민의힘이 고심하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김 구청장의 경우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선고를 받은 만큼 오 전 시장과 박 전 시장에 비해 비판 강도가 낮지만 자칫 내로남불, 당헌 위반 등 논란은 피할 수 없다.
한 국민의힘 재선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불법행태를 고발한 김 구청장 문제를 성추문으로 얼룩진 민주당 인사들의 보궐선거와 동일하게 보긴 어렵다”면서도 “당헌과 배치되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논란은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서구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주당 인사들은 벌써 활발한 물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전·현직 시의원과 구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천타천 후보자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 구청장과 맞붙었던 김승현 전 청와대 행정관은 사전 선거운동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의혹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아 불구속기소 돼 재판 중이기 때문에 출마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장상기 강서발전연구회 대표(전 서울시의원), 김경 서울시의원, 이현주 강서미래포럼 대표(김홍걸 의원 전 국회보좌관) 등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경선보다 전략공천 등으로 승부를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중앙당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야가 고민하는 사이 제3지대를 표방하고 나선 정당들은 발걸음이 분주해진 모습이다. 진보당에서는 30대 한의사인 권혜인 예비후보가 “서민을 외면한 국민의힘을 퇴출하고, 민주당이 못 했던 민생개혁을 실천하는 진보구청장이 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또 정태근 전 한나라당·금태섭 전 민주당·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등이 손을 잡은 신당추진모임도 무소속 출마자를 세우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