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이승만, 박정희보다 '더 천재'"

강혜인 2023. 7.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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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저서 검증…"북한은 우리의 실존적 적"
● "김구는 김일성에 역이용 당해…1948년 민주혁명을 이끈 지도자는 이승만"
● 김영호, 2019년 낸 책에서 "남북한,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게 낫다"
● "박근혜 탄핵은 '국회 독재' 정당화시켜 준 잘못된 판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달 29일 첫 개각을 단행했다. 통일부 장관도 개각 명단에 포함됐다.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학과 교수가 신임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사진 : 지난 달 29일 신임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호 교수 (출처 : YTN)

김영호 후보자는 보수 우익 성향의 '뉴라이트' 학자다. 윤 대통령의 개각 명단이 발표되자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 등을 중심으로 김 지명자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적대적 대북관을 지닌 인물이 통일부 장관이 되는 게 적합하냐는 것이다.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 등을 놓고도 적격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 후보자가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 '김영호의 세상읽기'는 통일부 장관 지명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뉴스타파는 김 후보자가 그간 집필한(편저·공저 포함) 책들을 살펴봤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저서들. 

통일부 장관 지명자의 '이승만 찬양'

김 후보자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건국에 대한 책을 다수 집필했다. 김 후보자가 집필(공저, 편저 포함)한 책 중 뉴스타파가 확인한 이승만 전 대통령과 건국 관련 내용이 들어가는 책만 7권이다. 뉴라이트는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본다. 

김 후보자는 저서 '정치학적 대화(공저, 2015)', '정치학적 대화 2-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공저, 2018)', '건국 60년의 재인식(편저, 2008)', '대한민국의 건국 혁명 1(2015)', '대한민국의 건국 혁명 2(2015)', '미중패권전쟁과 위기의 대한민국(2019)', '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공저, 2009)' 등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치켜 세웠다. 

김 후보자는 책 '미중 패권전쟁과 위기의 대한민국'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자라나는 세대들은 왜곡된 역사교육을 받아 이승만 대통령을 친일파로 알고 있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파가 아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으로서 일본 제국주의와 타협 없는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을 "한국이 낳은 최고의 지식인"이라고 치켜 세웠다. 이 내용이 담긴 장의 제목은 "이승만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보다 '더 천재 대통령'"이다. 

사진 : 책 '미중 패권전쟁과 위기의 대한민국' 중.

김영호 후보자는 "박정희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 모두 천재 대통령"이라며 "보수 부활 프로젝트는 이승만과 박정희 두 천재 대통령의 업적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에 의해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후보자는 이밖에도 여러 책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극찬했다. 책 '정치학적 대화'에는 이승만의 '국제정치적 선견지명'을 언급하며 "이승만 박사가 아니었으면 대한민국이 출범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썼다. "설령 대한민국이 출범했다고 하더라도 (중략) 결국 공산화되고 말았을 것"이라고도 적었다.   

이승만을 치켜 올리는 과정에서 김 후보자는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 "김일성에게 완전히 역이용 당했다", "하나의 민족으로서 화해와 협력을 통해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김구 패턴'은 정치적 낭만주의를 대변한다", "낭만적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김구 패턴'은 남북관계가 두 개의 이질적이고 적대적인 체제 사이의 실존적 대결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을 방해한다"(책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고 주장했다. 

책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재인식'에서는 “많은 사람이 8월 15일을 일제로부터 해방된 광복절(1945년 8월 15일)로만 기억한다”며 "건국절(1948년 8월 15일)은 광복절만큼이나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 국민이 피땀 흘려 성취한 모든 성과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해방과 광복보다는 대한민국 건국에 역사적으로 훨씬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한국의 민주화 역시 1987년 민주화운동을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1948년 건국 당시 이뤄진 것으로 인식한다. 그는 책 '한국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에서 "한국사에서 최초로 국민의 자유로운 투표에 의한 민주혁명이 1948년에 이뤄졌다.", "한국 민주화가 1987년에 처음으로 시작된 것처럼 착각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역사를 호도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1948년 민주혁명을 이끈 지도자는 이승만"이라고 썼다.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는 '체제 전복 활동'

김영호 후보자가 쓴 책에는 시민사회를 체제 경쟁의 장으로 보는 인식도 드러난다. 그는 책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에서 "전복 세력에게는 시민사회가 체제를 타도하고 국가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반드시 먼저 장악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한국 내의 전복 세력은 북한의 지령을 직접 받거나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공안 사건 수사 결과를 통해서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끊임없이 남한에 대해 전복 활동을 해오고 있다.", "자유민주 세력이 체제 전복 세력에게 빼앗긴 시민사회를 재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영호 후보자는 "박근혜 탄핵은 대한민국 탄핵의 시작"이라는 등 2016년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전국 규모의 촛불 집회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전체주의에 동조하는 결과', '국회 독재', '대한민국의 탄핵'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책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에서 촛불 집회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을 힐난하며 "촛불 든 국회의원들의 행위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고 전체주의에 동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인용됐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서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 예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며 헌법재판소를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은 '국회 독재'를 정당화 시켜 주는 잘못된 판결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촛불집회 등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전복 전략에 이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국내에 대규모 정치집회에 참석하는 선량한 시민들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지불식간에 북한 혹은 북한과 연계된 국내 세력이 주도하는 전복 전략에 역이용당할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영호 "북한은 우리의 실존적 적"

시행령 '통일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르면, 통일부의 임무는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인도 지원에 관한 정책의 수립, ▲북한 정세 분석, ▲통일 교육·홍보,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일이다. 그럼 김영호 후보자의 대북관은 어떤 것일까. 

김영호 후보자의 책들에서는 그가 가진 적대적, 대결적 대북관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책 '미중 패권전쟁과 위기의 대한민국'에서 "북한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실존적 적"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난 70년간 무너뜨리기 위해 재래식 전쟁을 일으켰고 전복전을 해오고 있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방백서에 '북한=주적'이라는 표현이 삭제된 것을 두고는 "주적이 없는 군대는 군대도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 붕괴론'도 그의 저서에서 반복되는 주장 중 하나다. 김 후보자는 같은 책에서 "제2차 미북정상회담 파국 이후 김정은 정권은 붕괴의 길로 들어섰다", "제2차 미북 정상회담 파탄 후 군부 쿠데타를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가 2019년에 쓴 이 책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 김정은 정권을 반드시 붕괴시킨다"는 내용도 담겼다. 2019년, 한 보수 성향의 온라인 매체 기고글에서는 그해 연말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망 선고일을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7월 현재까지 북한이 붕괴할 조짐은 어디에도 없다. 

사진 : 책 '미중 패권전쟁과 위기의 대한민국' 중. 김정은 정권이 붕괴의 길로 들어섰다는 김영호 후보자의 글.

 "남북한, 서로 떨어져 분리된 채로 지내는 게 낫다"

김영호 후보자는 책을 통해 ‘새로운 통일관’을 주장했다. 이름하여 '분리를 통한 통일'인데,  요약하면 한국과 북한이 서로 동질성이 없는 집단이기 때문에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돌아설 때까지 기다렸다가 통일을 하자는 주장이다. 

핵심은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돌아설 때까지'다. 결국 북한의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으로 '남한 주도의 흡수 통일론'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는 책 '정치학적 대화'에서 "통일 문제는 체제 통일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의 체제 변화를 기다려서 한국 주도의 통일을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호 후보자는 책 '미중 패권전쟁과 위기의 대한민국'에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고 스스로 개혁과 개방 노선을 추구하지 않는 한 남북한은 서로 떨어져서 분리된 채로 지내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북한의 인권문제 역시 이런 관점에서 접근했다. 책 '정치학적 대화 2-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에서 "새로운 통일전략은 한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인권문제를 더욱 객관적으로 보고 대처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어 자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은 평화통일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북한의 내부 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후보자의 대북 인식은 현 정부의 인식과 일치한다. 대통령실 역시 북한에 대한 적대적, 공격적 언사를 수차례 내비쳤다.

자신의 저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호전적 대북관·통일관을 내비친 것과 달리, 김영호 후보자는 지난 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정부는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체 뭐가 진심일까. 뉴스타파는 '현재의 통일관이 무엇인지', '통일부 장관으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등을 묻기 위해 김영호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도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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