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배제한 탄녹위 구성 ‘위법’···법은 종이 위 미사여구 아니다”[인터뷰]
지난 4월 정부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후 탄기본)을 심의·의결했다. 탄기본은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2042년까지 국가가 어떤 방법으로, 무슨 재원을 써서, 언제까지, 얼마만큼 온실가스를 감축할지 정하는 ‘거대한 전환 계획’이다.
노동자, 청년 등 시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윤석열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를 재구성하면서 위원을 77명에서 50명으로 줄였다. 노동자 대표였던 한국노총 위원장은 해촉됐다. 청년 등 다른 이해관계자를 대표할 위원도 없었다. ‘거대한 전환’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셈이다.
한국노총 전력연맹은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냈다. 노동자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표할 위원없이 구성된 탄녹위가 ‘위법’하게 구성됐고, 그래서 탄기본도 위법이라는 것을 확인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0일 남태섭 한국노총 전력연맹 사무처장을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 내 전력연맹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력연맹은 행정소송 중에서 ‘당사자소송’을 선택했다. 정부가 탄녹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있는지 법원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다. 남 사무처장은 “탄소중립기본법이 종이 위의 미사여구로 남으면 안 된다”라며 “이해관계자를 배제한 탄녹위가 법을 어겼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하겠다”라고 말했다.
탄소중립 목표의 하나로 정부는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58기 중 28기를 폐지할 계획이다.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관련 부품사 등에서도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탄기본의 근거가 되는 법인 ‘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원칙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을 말한다.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은 파리협정 전문에도 언급돼 있다. 파리협정은 2016년 비준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필수다. 이 때문에 탄소중립기본법은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을 위촉할 때 아동,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정한다.
남 사무처장은 ‘정의로운 전환’은 정부의 시혜적인 조치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기획재정부 내 경제교육관리위원회,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 등 정부위원회에서 양대노총 위원을 배제했다. 남 사무처장은 “노정 관계가 안 좋을 때 노동계 위원을 빼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정부가 시혜적으로 위원회에 ‘끼워줄 수도 있고, 안 끼워줄 수도 있다’라고 하는 것에 대해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녹위는 오는 8월 전체회의를 목표로 위원 추가 위촉을 추진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11일까지 이와 관련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남 사무처장은 “정부 대책은 지금도 ‘교육 프로그램’ 수준에 머물고 고용 안정을 보장할 대책은 없어, 노동자들은 계속 대책을 요구하는 중인데 창구가 없다”라며 “그나마 유일하게 탄소중립기본법에 정의로운 전환 원칙이 명시돼 있고,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말은 법이라도 제발 지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정의로운 전환 관련 법안 3개가 계류 중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등도 계류돼 있다. 남 사무처장은 “계류 중인 법안들에도 정부 정책으로 직접 피해를 보는 이해당사자와 어떻게 논의할지 등 거버넌스가 부족한 상태”라며 “앞으로도 계속 위원회에서 배제된다면 헌법 소원 등 추가적인 법률 대응을 찾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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