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바이오벤처, 투자 활성화 방안은
개발 성공한 신약 빠른 수익화 가능하도록 규제 혁신 필요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자금난에 시달리는 바이오벤처 투자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민관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기업공개(IPO) 일변도인 투자금 회수 방안을 인수합병(M&A)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또 바이오벤처가 자립하려면 신약의 빠른 수익화가 가능하도록 선제적으로 허가 기준을 마련하는 등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바이오벤처 IPO 침체기…M&A 등 엑시트 방안 다각화 필요
최근 바이오업계에서는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투자 혹한기를 맞고 있다. 이는 국내 바이오벤처 투자자들의 거의 유일한 투자금 회수 방안인 IPO가 역대 최대 침체기에 빠진 것과 무관치 않다. 최근 5년간 상장한 바이오기업은 2018년 35개사→2019년 28개사→2020년 27개사→2021년 19개사→2022년 13개사 순으로 줄었다. 더구나 지난해 바이오기업의 공모금액은 3485억원으로 전년 4조570억원 대비 10분의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내 바이오벤처 활성화를 위해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재정적 지원이다. 바이오벤처 대상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금 조달의 어려움(74%)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 회수 시기의 불확실성 △상업화까지 걸리는 긴 시간 △실험 결과의 불확실성 등이 바이오벤처 투자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바이오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장은 최근 국내 대기업 중심으로 바이오텍의 M&A가 활발한 점에서 힌트를 구했다.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방안이 IPO뿐이었다면 이제 M&A 등으로 출구 전략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엔데믹 이후 국내 대기업들 중심으로 바이오텍의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대형 제약사들의 현금보유율이 증가하면서 공격적인 인수합병도 기대해볼 만하고 대기업들의 바이오 사업 진출로 그 규모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도 IPO, M&A 등으로 투자전략을 다각화하고 파이프라인을 미래 유망분야인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으로 확대하면서 출구 전략을 강구해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신약개발로 빠른 가치 창출하려면 규제 혁신 절실
투자업계와 바이오업계에서는 바이오벤처가 본업을 통해 가치 창출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허가 기준을 마련하는 등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바이오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특례상장 절차 개선 △M&A 활성화 위한 정책적 지원 △중기부 외 복지부, 산업부 등 바이오 유관 부처들의 바이오벤처 관련 예산 증액 △바이오기업들의 다양한 상장 트랙 도전 △바이오텍의 ‘퍼스트인클래스’ 신약 개발 위한 선제적인 허가 기준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김 대표는 기술성평가 후 양질의 기술평가서를 제공하는 등 특례상장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바이오기업이 기술성평가를 받고 1~2장 분량의 요약본만 받아볼 수 있다. 김 대표는 “특례상장기업의 기술에 대한 평가보고서가 부실하다 보니 평가보고서 내용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상장하지 말아야 할 기업들이 상장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게 시장의 신뢰를 잃게 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바이오텍의 기업가치를 높이기는 가장 좋은 전략은 퍼스트인클래스 의약품 개발 성공에 있다고 봤다. 단 이러한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식약처에서 선제적인 허가 기준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대표는 “국내 바이오벤처가 퍼스트인클래스 의약품을 개발 할 때, 이게 약이 되려면 식약처에서 선제적으로 허가 기준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홍천표 지아이셀 대표는 의약품의 빠른 산업화를 위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홍 대표는 “바이오벤처가 추가적인 투자 유치 없이 자립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개발 중인 기술의 빠른 상용화를 통한 매출 창출”이라며 “최근 첨단바이오의약품의 빠른 상업화를 위한 토대가 마련됐으나 여전히 제품 허가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최근 IPO 시장에서도 일명 ‘돈 버는 바이오’가 인기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돈 버는 바이오는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이루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토로했다. 개발 중인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리는데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개발 과정에서 자금 확보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술이전, 투자 유치 외에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바이오기업들은 매출 발생을 위해 본업과 무관한 수익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는 일본의 재생의료법 규제 완화 사례에 대해 소개하면서 국내에서도 유연한 규제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자가세포치료제는 별도의 의약품 허가 절차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은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하지 않고도 개발 중인 의약품을 보다 빠르게 상품화해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다.
홍 대표는 “자금 유입이 어려운 바이오 기업들 중에는 매출 발생을 위해 개발 기술과는 상관 없는 제품 판매 사업을 무리하게 영위하거나 확장하는 등 장기적으로 펀더멘탈을 훼손시키는 경우도 있다”면서 “규제 완화를 통해 개발 중인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시장 진출이 빨라지면 바이오벤처들의 자금 확보에 큰 도움이 되며, 투자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1월 출범한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연합회는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스마트헬스케어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6개 단체가 참여한다.
김새미 (bir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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