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안성~구리 고속도로, ‘초고속 주행도로’ 공사로 279억 더 썼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청사 앞에 세워진 표지석. 김창길 기자

감사원은 한국도로공사가 세종~구리 고속도로 건설사업 일부 구간에서 시속 140km의 초고속 주행이 가능한 도로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해 예산이 낭비됐다고 11일 밝혔다.

감사원은 주요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사업 관리 실태 감사를 시행하면서 총사업비 1조원 이상 고속국도 건설사업 중 안성~구리 고속국도 건설사업의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해 이 구간과 연계된 세종~구리 고속국도 건설사업을 모두 점검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2017년 안성~구리 고속국도 건설사업 일부 구간인 안성~용인(34.1km)의 설계속도를 기존 시속 120km에서 140km로 변경했다. 초고속 주행은 도로의 선형, 폭 등을 규정한 도로구조규칙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초고속 주행이 국내 여건상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도로구조규칙 개정 절차를 중단했다. 그런데도 도로공사는 변경된 설계안 그대로 초고속 주행도로 공사를 진행했고 국토부는 도로공사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도로공사가 도로구조규칙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279억원의 공사비를 더 투입해 시속 140km 초고속 주행도로 공사를 밀어붙였고, 이후 추가적 보완공사까지 필요해져 사업비 집행의 효과성이 저하됐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과 도로공사 사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은 또한 안성~구리 구간에 있는 ‘방아다리 터널’에 화재 때 연기를 배출하는 통로(풍도)에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내화자재가 설치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풍도 설치 과정에서 시공업체가 슬래브(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바닥)의 이음부에 내화재를 넣는 것을 빠뜨린 채 설계 도면을 냈는데도 도로공사가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는 것이다. 이 시공업체에 물품을 공급한 납품업체는 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한 품질 시험에서 고온 노출 시 이음부에서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폭렬)이 발생해 불합격하자 이음부가 없는 시험체의 시험 합격 결과만 제출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감사원은 “도로공사는 연구용 실험 여부, 일부 불합격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적정’으로 판정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풍도 슬래브가 시공됐다”며 품질시험을 재실시해 보강이나 재시공을 하라고 밝혔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