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경쟁에 전기차 재고는 쌓이고···미·중 시장 ‘이상조짐’에 현대차는

김상범 기자 2023. 7. 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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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국 상하이 비야디(BYD) 전기차 매장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양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 최근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 재고가 지난해 대비 4배 넘게 증가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 같은 주력 차종도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재고가 쌓이고 있다. 가격 인하 경쟁이 한창인 중국은 업체들 간 ‘휴전 협정’마저 무산되면서 과열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제조사들의 대대적인 투자로 공급은 대폭 늘었으나, 수요가 받쳐 주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대로 전환을 향한 여건이 충분히 성숙돼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최근 재고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의 전기차 재고는 9만2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1000대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물량을 소진하려면 평균 92일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분기 내연기관 차량의 재고소진 일수(54일) 대비 2배가량 길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으로 일부 전기차 모델이 세제 혜택을 볼 수 없게 되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점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총 3만8457대로 지난해 대비 11%가량 늘었지만,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 5·EV6는 판매량이 각각 0.4%·33.7% 감소했다. 콕스오토모티브는 “기아 EV6, 현대 아이오닉 5, 닛산 아리야 같은 수입 전기차들은 세금 공제를 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에 재고가 누적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 전기차 가격이 ‘비싼’ 것도 재고가 누적되는 요인이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미국에서 G80 전기 모델을 단 18대 판매하는 데 그쳤다. 8만 달러(약 1억원)가 넘는 G80 전기 모델의 미국 시장 재고는 210대가량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이를 모두 소진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아우디 Q4·Q8 e-트론, 제너럴모터스(GM) 허머 EV 같은 고급 모델도 100일치가 훨씬 넘는 재고가 쌓여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공급이 부족했던 기저효과 때문에 올해 재고가 늘어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IRA 혜택이 가능한)전기차 리스 비중을 30%까지 늘리는 등 전략으로 현지 생산이 이뤄지기 전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가격 경쟁이 한창이다. 올 초 테슬라가 중국에서 모델3·Y 가격을 최대 9% 내리면서 비야디(BYD)·니오·엑스펭 등 현지 업체도 하나둘 대열에 동참했다. 폭스바겐도 전기차 ID 시리즈를 최대 27% 할인했고 GM도 캐딜락 리릭 판매가를 14% 낮췄다.

올해부터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전면 폐지했으며 전반적인 내수 경기도 부진한 상태다. 구매력과 수요가 꺾이면서 전기차 제조사들은 저마다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제살 깎아먹기식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대로는 다 죽는다”는 위기감도 번진다. 지난 6일 BYD·테슬라 등 현지 16개 전기차 회사는 ‘시장질서 수호를 위한 서약서’에 서명했다. 가격 할인경쟁을 자제하자는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하지만 ‘반독점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서약은 불과 이틀만에 무효화됐고, 당분간 전기차 업계의 출혈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장 전반의 이익률도 급속도로 감소하면서 업계 내 구조조정도 가속화 할 전망이다. 중국 전기차 업계는 현재 167개에 달하는 브랜드 가운데 중에서 2030년까지 생존할 수 있는 브랜드는 최대 30개 정도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글로벌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충분히 빠르지 않다”며 “제조사가 전기차로 이익을 낼 수 있을 만큼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현실적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차가 오히려 더 주목받는 모습도 나타난다. 여기에는 전기차의 높은 가격이나 충전인프라 한계, 충전요금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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