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힘빠진 리오프닝 효과, 중국 ‘대차대조표 불황’ 진입했나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지표들이 일제히 경기 둔화를 향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중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을 설명하는 ‘대차대조표 불황’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1일 최근 중국의 경제지표와 금융시장 동향 등을 종합하면 중국은 수요가 떨어져 물가하락이 가속화하고, 위안화 가치와 증시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주요국들이 여전히 고물가에 고심하고 있지만 중국은 반대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지난달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대비 5.4% 하락해, 시장 전망치(-5.0%)를 밑돌 뿐만 아니라 2015년 12월(-5.9%)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까지 떨어져 마이너스 전환 문턱에 있다. 올해 들어 물가상승률이 계속해서 둔화하고 있는데, 이는 리오프닝 이후에도 대내외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산업 측면을 보더라도 중국의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으로 3개월 연속 기준치 50을 하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시장에서도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올해 들어 4.5% 가량 하락했고, 상하이종합지수 등 증시도 4월 이후로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고점이었던 지난 5월초보다 현재 5.8% 가량 떨어진 상태다.
이는 올해 중국이 리오프닝에 돌입하면서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이란 당초 전망과는 동떨어진 흐름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올 1분기 경제 재개방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다가 5월 들어 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수출은 마이너스 전환했다”면서 “올해 5월부터는 주식과 외환시장이 모두 불안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은 부동산 시장 부진과 과잉부채라는 구조적인 취약점이 심각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의 장기침체를 설명하는 ‘대차대조표 불황’에 중국 경제가 진입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이 때문에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차대조표 불황이란 가계와 기업들이 저금리 시대에 빚을 내서 쓰다가, 거품이 꺼지면 늘어난 빚을 갚으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소비와 투자가 줄면서 불황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대차대조표를 맞추기 위해 빚을 줄인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었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제가 대차대조표불황에 빠지면 금리를 내리고 대출조건을 완화해도 민간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거나 소비할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며 “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빚을 줄여야 할 판에 이자가 좀 낮아진다고 가계나 기업이 새로 빚을 낼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장기 불황에 진입한다면 중국은 물론 세계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건은 좋지 않다. 중국은 부채문제가 심각해 전면적인 부양책을 펴기가 쉽지 않은 데다, 미·중 갈등 등의 지정학적 불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주요 투자은행(IB) 들은 (성장률)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올해 5.6%의 중속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다만 부동산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기둔화 뿐만 아니라 정부재정도 악화시켜 정부 주도의 성장을 제약하고 경제 시스템 불안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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