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찐 살, 과연 다 키로 갈까? [기고]
뚱뚱하면 되레 키 덜 자랄수도
7세 아들을 둔 워킹맘 A씨는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는 덕분에 마음 편하게 직장에 다니고 있다. 시어머니가 워낙 아들을 살뜰히 보살펴주기 때문에 늘 감사하며 살지만 딱 한 가지가 걸린다. 아이가 식탐이 강해 너무 많이 먹어 뚱뚱한데, 어머니는 아이가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말리지 않는다. 뚱뚱해도 키가 크면 걱정이 덜할 텐데, 키는 오히려 또래보다 작은 편이다. 그래서 애가 키는 안 크고 살만 찐다고 걱정하면 어머니는 "어릴 때는 살이 찌면 다 키로 가는 거야"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어르신들 말씀처럼 정말 아이들은 살이 찌면 그 살이 키로 갈까? 잘 먹는 아이들이 키가 더 잘 크는 것은 맞는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니 잘 안 먹는 아이들보다 쑥쑥 자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어 지나치게 살이 찌면 그 살이 다 키로 간다는 보장이 없다. 성장호르몬은 아이를 자라게도 하지만 지방을 태우는 데 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가 비만하면 키를 키우는 데 쓰여야 할 성장호르몬이 지방을 태우는 데 많이 쓰여 키가 덜 자랄 수도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지나치게 축적된 지방세포는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뚱뚱한 아이들 대부분이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뼈 나이도 실제 나이보다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비만한 아이들의 경우 나이는 8세지만 뼈 나이는 10세로 더 많을 수 있다.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다는 것은 그만큼 키가 자랄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키는 성장판이 닫히면 더 이상 크기 어려운데, 일반적으로 남학생은 뼈 나이 14~16세, 여학생은 12~14세에 성장판이 닫힌다. 그런데 비만으로 실제 나이는 10세인데, 뼈 나이가 12세면 키가 클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단축되니 비만을 예사로 볼 일은 아니다.
또 아이의 살은 키로 가기는커녕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소아비만이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은 60~80%로 매우 높다. 게다가 소아비만의 경우 지방세포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성인의 경우 지방세포 수가 늘어나기보다는 지방세포의 부피가 커지면서 살이 찐다. 지방세포는 부피를 최대 400배까지 늘릴 수 있어 어릴 때 살이 쪄 지방세포 수가 많아지면 살이 빠지더라도 언제든 살이 다시 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니 주의해야 한다.
어떤 부모들은 살이 쪄서 성장호르몬이 지방을 태우는 데 많이 소모된다면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혀 보충해주면 키가 잘 크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얼핏 들으면 귀가 솔깃한 가정이지만 이 가정에는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른다. 성장호르몬 주사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가 '혈당 상승'이다. 성장호르몬에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는 기능이 있어서 그렇다. 원래도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면 혈당이 올라갈 위험이 있는데,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혈당이 더 높아질 수 있으니 더욱 신중해야 한다.
[박혜영 인천힘찬종합병원 바른성장클리닉 원장(내분비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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