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후유증… '심부전 팬데믹' 오나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3. 7. 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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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대표적인 고령 질환 중 하나인 심부전 환자가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앞으로 수년간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이 초고령 국가인 일본에서 제기됐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심부전 사망 통계가 아직 없지만,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지난해 심부전 사망자가 10만명에 육박했고 '심부전 팬데믹'이 계속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의 인구동태통계 및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코로나19 유행 때 심부전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급증했다"며 "사인이 심부전인 사람은 2021년에 전년보다 약 9000명 늘어난 9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9만9000명으로 1년 새 10%에 가까운 8700명이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에 연간 심부전 사망자는 7만여 명을 유지하다가 2016년부터 매년 2000~3000명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심부전학회는 일본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에서도 심부전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 심부전 팬데믹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부전 환자 급증은 병상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심부전(心不全·heart failure)은 글자 그대로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각종 심장질환 합병증의 종착점으로 불린다. 심장에서 혈액을 내보내는 펌프 기능(수축 기능)이 약해지면 불면증이나 피로감, 손발이 오싹해지는 증상이 발생한다. 온몸의 혈액을 심장으로 되돌리는 기능(확장 기능)이 약해지면 혈액이 정체돼 부종과 숨 가쁨, 체중 증가가 나타난다. 심부전은 말기에 이르면 5년 이내 사망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심부전은 심장 혈관이 막히거나(관상동맥질환), 맥박이 불안정하거나(부정맥), 심장근육 자체가 약해지는(고혈압, 당뇨, 심근증)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긴다. 우리나라에서 심부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는 2021년 약 24만명에 달하며 전체 심부전 환자 중 약 85%가 60대 이상이고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약 1.4배 많다. 일본은 현재 심부전 환자가 110만~120만명이며 이 중 7~8%가 사망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심부전 환자가 늘고 사망자가 급증한 이유와 관련해 쓰쓰이 히로유키 규슈대 순환기내과 명예교수는 3가지를 들어 설명했다. 쓰쓰이 교수는 일본 심부전 진료 가이드라인을 정리한 이다.

첫째는 코로나19에 감염돼 경증이라도 지병인 만성심부전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노인들에게 독감과 마찬가지로 호흡기 감염증은 심부전을 악화시킨다.

둘째는 감염 대책으로 심부전 환자가 진료를 못 받았거나 의료기관을 기피한 점이다. 심부전 악화 예방약을 제때 복용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셋째는 응급의료에서 푸대접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쓰쓰이 교수는 "고령자가 심부전으로 호흡곤란이 되면 코로나19와 구별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 비해 심부전 응급환자를 받아들이는 문턱이 높았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심부전은 코로나19 감염병의 위험성이 독감과 비슷하게 격하되더라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심부전 환자는 재입원율이 높기 때문이다. 쓰쓰이 교수가 심부전으로 입원한 환자 1만3000명의 예후를 분석한 결과 8%가 입원 중에 사망했다. 퇴원해도 1년 안에 7%가 사망했고, 21%가 심부전 악화로 재입원했다. 퇴원했지만 4년 이내에 심부전으로 재입원한 환자는 절반에 달했다. 또 입원한 환자 중 절반은 4년 이내에 사망했다. 쓰쓰이 교수는 "심부전은 입원을 반복해 최종적으로 사망할 위험성이 높은 병"이라고 강조했다.

심부전은 치료제가 늘었지만 일단 발병하면 점차 악화된다. 따라서 예방이 중요하다. 심장질환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등의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가네코 히데히로 도쿄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부전 팬데믹이 되지 않도록 개개인의 예방 노력과 함께 기존 심부전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및 재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미정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부전은 여러 합병증을 동반하는 진행성 질환이지만 건강한 생활습관과 입증된 약물치료로 꾸준히 관리하면 진행을 막고 아프기 전의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며 "조기 발견에 힘쓰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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