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질병청 백신 인과성 판단 뒤집어..."증거 없으면 피해 아니라 할 수 없다"

이승륜 기자 2023. 7. 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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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30대 남성의 유족이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기저 질환을 이유로 백신 접종과 사망 간에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한 질병청의 피해 미보상 결정을 뒤엎은 것인데, 향후 비슷한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뒤 사망한 이의 배우자인 A 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피해보상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원에 따르면 A 씨의 남편인 B(당시 34) 씨는 2021년 10월 22일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하고 이틀 뒤 왼쪽 팔 저림과 마비 증세를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B 씨는 나흘 뒤인 2021년 10월 28일 숨졌다.

A 씨는 남편이 백신 접종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질병청에 보상을 신청했다. 하지만 질병청은 B 씨의 사망 원인이 뇌출혈이라는 부검 소견에 따라 B 씨의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에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피해보상 거부 처분을 내렸다. 당시 질병청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이후 이상반응 인과성 평가 연구에서 백신 접종과 뇌졸중(뇌출혈 등) 간에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제시됐음을 처분 근거로 들었다.

몸을 쇠사슬로 묶은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5월 31일 국회 앞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이에 A 씨는 질병청이 인과성 판단을 잘못했다고 주장하며 접종 당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을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내용으로 공적 입장을 밝혔다는 점을 부각했다. 남편인 B 씨가 이 점을 신뢰해 백신을 접종했으므로 질병청 처분은 신뢰보호법칙에 반해 위법하며, 해당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질병청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부검 결과 B 씨의 뇌내출혈 부위에서 해면혈 관종이 발견됐는데, 법원은 해면혈 관종이 뇌출혈을 야기할 수 있는 사실을 짚으면서도 B 씨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백신 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서만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학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해면혈 관종으로 뇌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며 “이 질병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사망에 이를 정도의 뇌내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질병청이 판단 근거로 제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뒤 이상반응 관리지침과 관련해 “당시까지 확인 된 이상 반응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며 판단 근거에서 배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B 씨의 사망이 백신 접종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B 씨의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상당한 임상기간을 거쳐 승인 허가가 이뤄지는 다른 전염병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예외적 긴급절차에 따라 승인 허가가 이뤄지고 조건부로 승인 허가돼 접종됐다. 구체적 피해 발생 확률이 어떠한지 등은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결국 백신 접종 뒤 이상증상이 발현됐다면 다른 원인에 의해 발현됐다는 점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증명이 없는 한 B 씨의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에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향후 비슷한 소송에서 중요한 판례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A 씨의 변론을 맡은 안나현(법무법인 하신) 변호사는 “법원이 이상반응과 접종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전향적 판단을 한 것”이라면서 “진행 중인 질병청 상대 10건의 소송에서 이번 판결 내용을 증거 자료로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질병청의 인과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한 백신 피해자는 “질병청이 이번 판결 결과를 참고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질병청이 더는 항소하지 말고 사회적 잣대를 가지고 피해자를 위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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