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현장이 달라진다..생존 위해 '협동로봇' 도입하는 조선업계

이세연 기자 2023. 7. 1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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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립부 곡블록 용접에 세계 최초로 협동로봇 활용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김도현 기자


현대삼호중공업이 유니버설로봇(UR)의 협동로봇을 도입한다. 24대 규모로 국내 조선업계에 투입된 협동로봇 중 최대 규모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던 조선업계의 절박한 선택이다. 우리 경제의 주요 축인 조선업에 협동로봇 도입 물꼬가 트이면서 완성차 등으로 확대 적용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노동개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다.

현대삼호중공업은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유니버설로봇의 혁신포럼 '혁신과 협업의 만남'에서 UR 협동로봇 24대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유니버설로봇은 2005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산업용 로봇 전문회사로, 2008년 첫 협동로봇 제품을 출시한 이래 글로벌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해 온 이 부문 1위다.

유니버설로봇의 협동로봇은 평판 위주의 판넬조립부와 곡블록 위주의 대조립부 용접에 활용된다. 특히 대조립부 곡블록 용접에 협동로봇을 활용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5개월여간 시험 운행을 마치고 오는 3분기 내로 적용할 예정이다.

협동로봇은 전통 산업용 로봇과는 달리 사람 근처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 대부분 단순 반복 작업이어서 효율이 떨어지거나 사람이 장시간 작업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일을 한다. 크기도 상대적으로 작아 사람이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가벼운 것도 있다. 산업용 로봇보다 안전성이 높고 조작이 편리하며 설치 면적도 작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용접용 협동로봇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인력난이 있다. 3~4년 치 일감을 확보해놓은 조선업계는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 외국인 인력 제한 완화 조치 등으로 5000명 넘는 외국인 인력이 투입됐지만, 한국조선플랜트협회는 올해 부족한 기능인력이 한 해 평균 약 1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용접, 도장 등 기피 업무에는 외국인 노동자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유니버설 로봇 UR20 /사진제공=유니버설 로봇


현대삼호중공업은 협동로봇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유니버설로봇의 협동로봇은 기존에 사용하던 용접 캐리지(기계화 설비)보다 효율적이다. 가이드롤러로 인해 용접이 되지 않는 구간이 있던 캐리지와 다르게 용접이 불가능한 부분이 없다. 한 사람이 여러 대를 운용할 수 있고, 용접자세에 제한이 없다. 사용법이 쉬워 누구나 쉽게 로봇을 제어할 수 있으며 용접 품질이 우수하다. 내구성과 정확성이 뛰어나다고 현대삼호중공업은 평가했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협동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선박 배관 조정관을 용접하는 협동 로봇 자체 개발에 성공해, 실제 선박 건조 현장에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도 거제조선소에서 협동로봇을 용접 공정에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사고 위험성을 줄였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협동로봇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기반으로 무결점 용접 시스템을 구현하겠단 계획이다. 류상훈 현대삼호중공업 자동화혁신센터 상무는 "시장이 원하는 기술로 조선산업 시장을 선도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며 "협동로봇은 조선업 생존을 위한 혁신적인 전략이라고 본다. 조선산업이 미래기술의 집합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삼호중공업을 시작으로 제조업 전반으로 협동로봇이 확장되면 노동계 전체의 분위기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인건비 상승과 외국인 노동자 고용 어려움, 중대재해처벌법 등 영향으로 협동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조선업계에서 AI 로봇 등을 활용한 공정 자동화·디지털화로 인력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50억원 이상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내형 유니버설로봇 코리아 대표는 "최근 정부의 지원과 대기업들의 투자로 협동로봇이 우리나라 제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사람이 로봇처럼 일하지 않고, 사람이 로봇과 함께 일하자는 본사의 슬로건대로 생산성을 높이고 사람이 더 이상 어렵거나 위험한 일을 하지 않도록 국내 제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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