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형 교수 "혈액암 치료법 갈수록 발전…이젠 전이된 경우에도 포기 안해"
반일치골수이식 실용화 보람
골수이식 환자 40%가 받아
NK세포 치료법도 개발
암 진행 절반 정도 줄여
“30년 넘게 암 환자들을 돌봤습니다. 과거에 비해 암 치료 환경이 굉장히 발전했죠. 혈액암으로 진단받았다면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합니다.”
이규형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사진)는 “혈액암 환자들이 담당 주치의와 병원을 믿고 약물치료와 골수이식 등을 잘 받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30여 년간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면서 1000명 넘는 환자에게 골수이식을 시행한 이 교수는 올해 5월부터 이대목동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2011년 반일치골수이식을 개발하고 올해 3월 공여자 유래 NK세포 투여가 혈액암 재발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혈액암 분야 대표 석학으로 꼽힌다. 이 교수를 통해 혈액암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암 치료법이 상당히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과거엔 진행성 암 환자가 많았다. 최근엔 건강검진 등을 많이 하면서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을 1~2기에 발견해 수술하고 70~80% 정도가 완치된다. 진행성 암도 과거엔 치료제가 화학독성항암제밖에 없었다. 이제는 표적항암제, 면역세포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개발됐다. 과거엔 혈액암이 간이나 폐 등에 퍼지면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요즘엔 약으로 암을 죽이고 전이된 부분을 수술해서 없애는 방식으로 최대한 치료한다.”
▷혈액암은 종류가 다양하다.
“혈액암은 전신에 있는 조혈기관에 암이 생기는 것이다. 피를 만드는 골수는 등뼈와 골반뼈 등에 분포한다. 몸의 중심에 있는 큰 뼈에서 조혈기능을 하는데 백혈구와 적혈구 등을 만드는 과정에 암이 생기는 게 혈액암이다.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등이 혈액암이다. 혈액암이 있으면 빈혈이 생기기도 하고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면서 멍이 잘 들거나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백혈구 수치가 기준보다 오르거나 떨어질 수 있고 발열과 감염에 취약해진다. 혈액 검사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수치에 함께 이상이 있으면 심각한 단계로 본다. 증상이 생기면 비장을 통해 혈액검사 결과를 보는데 다발성 골수종은 골반뼈에 바늘을 넣어 조직검사를 해 어떤 세포가 있는지 확인한다. 림프종은 림프절이 붓는 증상이 주 증상이다. 목, 겨드랑이 등을 통해 진단한다.”
▷혈액암 치료도 많이 바뀌었는데.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의학에서 최초 표적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이다. 과거엔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가 평균 3년 정도밖에 살지 못했다. 만성 환자가 진행해 급성으로 발전하고, 골수이식을 해도 세상을 떠나는 환자가 많았다. 이제는 약을 쓰면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좋아졌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도 치료제가 많이 나왔다.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가 나오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골수이식의 패러다임을 바꾼 의사로 꼽힌다.
“2011년 반일치골수이식을 받은 환자 83명의 경과 등을 정리해 혈액학 분야 최고학술지 ‘블러드’에 발표했다. 골수이식은 공여자와 백혈구 항원(HLA)을 맞춰야 한다. HLA는 부모에게 반씩 물려받는다. 환자의 부모나 자식은 반일치다. 같은 부모에게 태어난 형제간에는 4분의 1이 일치, 4분의 2 반일치, 4분의 1이 불일치다. 과거엔 일치하는 형제나 타인의 골수를 기증받아 이식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도된 게 절반만 맞는 반일치골수이식이다. 반일치골수이식 논문 발표 후 과학적 근거가 쌓이면서 크게 늘었다. 지금은 골수이식 환자 100명 중 40명은 반일치이식을 받는다. 의사 생활을 하면서 반일치골수이식 실용화에 보탬이 된 것은 큰 보람이라고 생각한다.”
▷반일치이식 실용화로 이식 가능한 환자도 늘었다.
“골수이식은 2차 세계대전 후 핵 노출 치료 용도로 개발됐다. 방사선에 다량 노출돼 골수가 망가진 동물 모델에 다른 동물의 골수를 넣어 살리는 방식을 백혈병에 도입한 것이다. 자연히 치료를 위해 방사선이나 항암제를 써서 환자의 원래 골수를 죽인 뒤 다른 사람의 골수를 이식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후 골수를 죽이지 않고 면역을 떨어뜨린 뒤 타인의 골수를 이식하면 착상이 잘되고 새로 들어간 골수가 기존 환자의 골수를 제거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반일치 이식은 이런 변화에 따라 나온 것이다. 이전엔 40세 이상은 이식이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이식 전 처치가 바뀌면서 50~60대 환자에게도 이식을 시행한다. 형제나 타인 중 HLA 일치자가 없어도 이식할 수 있어 지금은 이식 공여자가 없어서 못 하는 일은 거의 없다.”
▷NK세포 치료법도 개발했다.
“골수이식 후 환자 생존율을 높이려면 재발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공여자의 면역세포를 넣어주는 연구가 많았다. 다만 T세포는 이식편대숙주반응 때문에 넣어주기 어렵고, NK세포는 충분한 양을 넣어주는 게 힘들었다. 최인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명예연구원과 함께 NK세포를 활용해 암 진행을 50% 정도 줄여주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공여자의 NK세포를 투여한 환자는 유사메모리 NK세포가 34배 늘고, 이 세포가 환자의 메모리 CD8 T세포를 증식시킨다는 것도 입증했다. 올해 3월 국제학술지 루키미아(Leukemia)에 실렸다. 신약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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