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통제 스트레스 위험 수위…중국의 거듭되는 학교 칼부림 사건
당국 엄벌 강조하면서도 정보 통제
“정신건강 대책” “사회적 논의 필요”
어린이를 포함해 6명의 사망자를 낸 중국 광둥성 렌징시 유치원 칼부림 사건은 올해 들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일어난 ‘학교 공격 사건’이다. 중국에서는 2010년부터 거의 해마다 학교나 유치원에서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공격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불평등 확산에 따른 사회적 박탈감, 고립·통제에 대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정보 통제 탓에 관련된 사회적 논의는 14년째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롄징시 공안당국은 10일 롄징시 헝산진 유치원에서 칼을 휘둘러 6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용의자 우(吳·25)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용의자는 롄징 출신 25세 남성이며 숨진 피해자는 교사1명, 학부모2명, 어린이 3명이다. 범행 관련 다른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용의자가 이 유치원의 한 학부모가 자동차로 자신의 아이를 친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범행을 벌였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당국이 공식 확인한 내용은 아니다. 범행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 촬영해 더우인,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영상도 삭제됐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외로운 늑대’형 범죄는 미국, 캐나다, 일본 등 부유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다. 중국도 외로운 늑대형 범죄가 빈발하는 국가 대열에 합류했지만 사건에 대한 논의가 제한돼 있다는 점이 다르다. 중국 정부가 엄벌을 강조하면서도 모방범죄를 막는다며 정보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최초의 학교 공격 사건은 2010년 3월 푸젠성 난핑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졌다. 공중보건의 출신인 41세 남성이 등굣길 학생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8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같은 해 8월까지 산시성, 산둥성, 광시성 등 전국 곳곳의 유치원과 학교에서만 8건의 공격 사건이 발생해 27명이 숨지고 80명이 다쳤다. 학교가 아닌 곳에서 여성이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격도 잇따랐다. 용의자들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중국 언론들은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범죄 엄단을 강조하며 범인에 대해 신속하게 사형을 집행했다. 학교마다 경비원을 두게 하는 등 보안 조치도 강화했다.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는 2010년 5월 홍콩의 TV에 출연해 중국에서 치명적인 학교 공격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중국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긴장’이 있다는 의미”라며 “사회 문제를 처리하고 분쟁을 해결하며 풀뿌리 수준에서 중재를 강화헤야 한다”고 말했다. 엄벌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시인한 것이다.
앞서 2010년 4월 장쑤성의 한 유치원에서 원생과 교사 등 32명을 다치게 한 혐의(살인미수)로 사형을 선고받은 쉬위위안(당시 47세)는 법정에서 “사회에 대한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쉬에 대한 사형 집행은 선고 보름 만에 이뤄졌다.
그러나 학교 공격 사건은 이후에도 거의 해마다 발생했다. 현지 매체 보도를 집계하면 2011년 2건, 2012년 2건, 2013년 3건, 2014년 2건, 2016년 2건 발생했다. 2017년에는 3건 발생했는데, 범죄 양상이 더 과격해졌다. 5월 산둥성 웨이하이시에서는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해 분노한 운전자가 통학버스에 불을 질러 운전자, 교사, 학생 13명이 전원 사망했다. 6월 장쑤성 쉬저우 펑현의 한 유치원에서는 사제 폭발물을 이용한 테러가 벌어져 8명이 숨지고 65명이 다쳤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알려진 용의자도 현장에서 숨졌다.
2018년에는 3건, 2019년에는 4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 봉쇄 영향을 받았던 2020년에는 2건, 2021년은 1건 발생했다. 코로나19 봉쇄가 풀린 올 4~7월 석 달 사이 학교 공격 사건은 3건 발생했다. 장소는 각각 대학, 고등학교, 유치원이다.
코로나19 봉쇄를 거치며 경제적 어려움과 당국의 통제도 더욱 심해졌고 시민들의 정신건강 상태도 악화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생한 수십 건의 사건 중 범행 동기가 제대로 밝혀진 경우가 거의 없어 분석에 한계가 있다. 광둥성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경제가 좋지 않고 청년들이 실직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정서적 문제에 취약하다”, “악성 사건의 근본 원인을 깊이 분석하고 널리 퍼뜨릴 뉴스 매체가 없다면 악성 사건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란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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