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 배제 방침 전 출제된 7월 학평··· 학생들 “무의미한 시험”
정부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을 배제한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첫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가 11일 실시됐다. 시도 교육청이 돌아가면서 주관하는 학력평가는 수험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보고 실제 수능을 연습해볼 기회다. 그러나 이번 시험을 낼 당시에는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나오지 않았기에 수험생들이 ‘중간점검’을 해보기는 어려웠다.
고3 수험생들은 사설학원이 실시하는 모의고사를 제외하고 한 해 동안 수능 대비 전국단위 모의고사를 총 6차례 치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의 6월·9월 모의평가와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3월·5월·7월·10월 학력평가다. 6월과 9월 모의평가는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이 직접 주관하고 재수생도 응시할 수 있어 그해 수험생의 수준과 출제방향 등을 예측할 수 있는 ‘수능 가늠자’ 역할을 한다. 고3 수험생들만 응시할 수 있는 학력평가는 평가원 모의평가보다 수능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으로 꼽힌다. 이번 7월 학력평가는 인천시교육청이 주관했다.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모의평가 이후 공교육 교육과정 내에서 수능 문제를 내라고 지시했고, 교육부가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히면서 6월 모의평가를 통해 수능의 경향성 등을 예측하는 일이 무의미해졌다. 7월 학력평가 역시 지난 1~2월 이미 출제가 완료된 상태라 새 출제 기조를 반영하지 못했다. 이번 시험을 통해 고3 학생들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공부 방향성을 잡기는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앞으로 수능 전까지 남은 전국단위 시험은 평가원 주관 9월 모의평가와 서울시교육청 주관 10월 학력평가뿐이다. 9월 모의평가와 10월 학력평가는 아직 출제 작업에 본격 돌입하기 전이라 새 기조를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3 딸을 둔 50대 학부모 A씨는 “원래 학력평가는 재수생이 응시하지 않는 시험이라 큰 의미가 없다고는 하지만 바뀐 기조조차 반영되지 않은 시험이라 더욱 의미 없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날 실시된 학력평가 난이도는 지난 6월 모의평가보다 쉽지 않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교육 당국의 기준에 따르면 킬러 문항으로 볼 있는 문제도 상당수 출제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어 영역에서는 ‘이중 편파 레이더를 활용한 기상관측’을 주제로 다룬 과학기술 지문에 차등위상차, 교차상관계수 등 수준 높은 어휘가 상당수 등장했다. 수학 영역에서도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주관식 문제에 2~3개의 개념을 결합한 문제가 출제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앞으로 이런 문제를 공부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지금으로서는 수험생들에게 누구도 답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험 때마다 킬러 문항이 무엇인지 매번 검증하고 해석이 엇갈리면 수험생들이 극도의 혼란에 빠질 수 있어서 교육 당국이 킬러 문항의 기준을 정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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