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심상찮은 北 억지 주장과 잇단 위협, 도발 철저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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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
5월 말 정찰위성 발사가 실패한 뒤 비교적 잠잠한 분위기였던 북한이 갑자기 미군의 통상적인 공해 상공 정찰 비행을 영공침범이라고 비난하면서 격추 위협을 가하고 나섰다.
더구나 북한은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상황에서 이른바 자신들이 주장하는 7·27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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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북한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 5월 말 정찰위성 발사가 실패한 뒤 비교적 잠잠한 분위기였던 북한이 갑자기 미군의 통상적인 공해 상공 정찰 비행을 영공침범이라고 비난하면서 격추 위협을 가하고 나섰다. 북한의 도발 협박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할 것",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거친 위협을 예사로 넘길 일은 아니다. 우리 군은 북한 내 군사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는 등 안보태세에 한 치의 허점도 보여선 안 될 것이다.
북한은 지난 10일 오전 국방성 대변인 명의로 첫 담화를 낸 뒤 그날 밤과 11일 새벽 잇따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발표했다. 글로벌호크 등 미군 정찰기의 통상 활동을 이례적으로 문제 삼았다. 미군 정찰기가 동해에서 수차례 영공을 수십㎞나 침범하는 등 최근 동·서해상에서 주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군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하자 북한은 김여정을 내세워 '말폭탄'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미군 정찰기가 북측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면서 "미국이 참변까지 당한다면 자작지얼(自作之孼·자기가 저지른 일 때문에 생긴 재앙)로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EEZ는 연안 기준선에서 200해리까지의 수역으로,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12해리까지인 영해·영공과 전혀 다른 개념이다.
첫 담화에서 영공 침범이라고 했다가 EEZ로 말을 바꾸고 국적에 상관없이 지나갈 수 있는 공해를 놓고 주권 침해 운운하는 것 모두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다. 북한이 EEZ를 방공식별구역(ADIZ)처럼 운용하려는 저의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여정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담화라고 하면서 남한을 기존의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으로 표현한 점도 주목된다. 남한을 별개의 국가로 대하겠다는 정권 내부 입장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국의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북한의 담화 공세는 무력 도발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20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할 때도 그랬듯이 북한은 실제 도발에 나서기 전 타격 목표 명시와 함께 남한을 적대시하는 김여정 명의의 담화를 내는 절차를 밟았다. 더구나 북한은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상황에서 이른바 자신들이 주장하는 7·27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맞는다. 이번 정전협정 체결일은 70주년이자 북한이 중시하는 5년, 10년 단위의 꺾어지는 해(정주년)에 해당해 행사 의미를 최대한 키울 개연성이 크다. 악화하는 식량난 속에서 정찰위성 실패로 체면을 구긴 김정은으로서도 내부 체제 결속을 위한 도발의 유혹이 어느 때보다 강할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 군은 북한의 위협이 단순 엄포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하고 대북 억제력을 점검하는 등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 충동을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 노력 강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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