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분리납부’ 신청 시 전기요금·TV 수신료 따로 낸다

이르면 10월부터 별도 TV수신료 고지서

대통령실이 한국방송공사(KBS)의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징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한 가운데 KBS와 야당에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6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KBS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조태형 기자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12일부터 전기요금과 TV 수신료(2500원)를 따로 낼 수 있게 됐다. 다만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 ‘분리 징수’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 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수신료를 별도로 낼 수 있게 한 것일 뿐, TV를 보유한 가구에게 수신료를 내야 하는 부담까지 덜어주는 건 아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TV 수신료 분리 징수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 현행 통합 징수 방식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분리 납부’를 요청한 고객에게 별도의 입금 계좌를 안내하기로 했다. TV 수신료 통합징수를 원하는 가구는 현행 방식대로 내면 된다.

구체적으로 그동안 전기요금을 자동이체 해왔던 고객이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따로 내려면 납기 마감 4일 전까지 한전 고객센터에 분리 납부를 신청하면 된다.

이 경우 전기요금만 기존 계좌에서 자동이체하면 된다. 만약 신청기한이 지났을 때는 신용카드 등 다른 납부 방법으로 전환해야 분리 납부할 수 있다. TV 수신료 납부용 별도 지정계좌는 관련 시스템 보완이 완료되는 8월 초에 안내할 예정이라고 한전은 설명했다.

지정계좌로 직접 이체하는 경우에는 전기요금만 기존에 안내받은 한전 계좌번호로 내면 된다. 신용카드로 전기요금을 납부할 때에는 한전 고객센터 상담사 연결을 통해 분리 납부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편의점이나 한전의 ‘가상계좌’를 통해 납부하는 경우에는 금액 조정이 불가능해 한전이 분리 징수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야 따로 낼 수 있다. 한전은 시스템 구축까지 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TV 수신료 2500원을 내지 않을 경우, 내부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수신료 미납으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수신료를 내지 않더라도 한전 차원에서 단전 등 강제 조치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방송법에 따라 TV를 보유한 가구에는 미납 수신료의 3%만큼 가산금이 부과되는 점은 주의를 요한다. KBS는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얻어 국세체납에 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따로 내려면 관리사무소에 직접 신청해야 한다. 아파트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전기요금, TV 수신료, 관리비 등을 통합해 징수하기 때문이다.

다만, 관리 사무소의 준비 상황에 따라 요금 납부 방식에도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인력 여건 등을 고려하면 관리사무소로서는 거주민에게 일일이 분리 징수 의사 여부를 물어봐야 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분리납부에 따른 혼란은 전기요금 청구서와 TV 수신료 청구서를 따로 제작해 발송하는 체계가 도입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전기요금 청구서와 TV 수신료 청구서를 별도로 제작·발송하는 ‘청구서 별도 발행’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KBS와 한전이 조속히 구체적인 분리징수 절차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점검하겠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