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광고지표’ 못 믿겠다고 ‘부수 조작’ ABC공사로 돌아가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 광고지표 활용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에이비시(ABC) 부수공사 자료의 활용이 정부 안팎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열독률과 각 매체의 사회적 책임 이행 결과를 함께 반영하는 방식의 기존 정부 광고지표가 신뢰도 문제를 드러낸 만큼 에이비시 부수공사 등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 태도인데, 에이비시 부수공사는 과거 부수 조작 논란으로 활용이 중단된 데다 이와 관련한 경찰 조사도 아직 진행 중이어서 논란이 인다.
한국에이비시협회 신문 부수공사(조사)의 부활 가능성을 가장 먼저 공식 언급한 현 정부 인사는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다. 박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에이비시 부수공사 자료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열독률 중심의 정부 광고지표로) 방향 전환을 했는데 열독률 역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오고 있다”며 “에이비시 부수공사 제도의 보완과 정비가 된다는 것을 전제로 에이비시 부수 지표를 다시 사용하는 문제, 기존 열독률 조사의 문제점을 다시 보완해서 정비하는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비시 부수공사와 열독률 조사의 보완을 전제로 정부 광고지표를 다시 구성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앞서 문체부는 정부 광고지표 산출에 쓰이는 열독률 조사가 조작됐으며, 그 결과 ‘언론사 광고단가’ 순위가 뒤바뀌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가 나오자 기존 정부 광고지표의 활용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아울러 정부가 획일적인 지표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광고주가 스스로 광고 집행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면 그에 맞는 참고자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지표 운영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정책적 활용이 중단된 에이비시 부수공사 자료를 다시 끌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함께 언급한 것이다.
정부가 에이비시 부수공사 활용 가능성을 다시 검토하고 나선 데에는 기본적으로 열독률 조사 중심의 기존 광고지표로는 더 이상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2021년 12월에 나온 기존 정부 광고지표는 열독률 조사 중심의 효과성 지표와 매체의 사회적 책임 이행 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신뢰성 지표 등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효과성 지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열독률 조사의 변별력에서 비롯했다.
당시 정부는 매체별로 천차만별인 열독률을 점수화 하면서 전체를 5구간으로 나눈 뒤 구간별로 5점씩 배점을 다르게 하는 방식을 취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열독률이 크게 차이 나는 매체끼리 같은 구간에 묶여 결과적으로 동일한 ‘열독률 점수’를 받는 경우가 일부 발생했다. 이에 최근 일부 매체는 해당 조사를 수행한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열독률 점수를 조작’했으며, 그 결과 존재하지도 않는 ‘언론사 광고단가’가 뒤바뀌었다며 사실관계와 거리가 먼 보도까지 내놓았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는 정부가 열독률 조사를 빌미로 언론재단을 흔들고 더 나아가 과거 부수 조작에 적극적이었던 일부 매체의 입맛에 맞춰 에이비시 부수공사의 부활을 꾀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한국에이비시협회가 2021년에 드러난 부수 조작 논란에 더해 당시 문체부가 이에 따른 후속 조처로 권고한 제도개선 사항 17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협회의 부수공사는 더 이상 활용 검토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아울러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료 국회의원 29명과 함께 같은 해 3월 부수공사 조작 등 혐의로 한국에이비시협회와 <조선일보> 등을 경찰에 고발한 사건은 햇수로 3년째에 접어드는데도 아직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일부 보수 매체의 주장처럼 열독률 조사가 문제라면 이에 대한 조사는 이뤄져야 하겠지만, 이를 빌미로 사회적 합의의 결과인 정부 광고지표 전체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발표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기존 정부 광고지표에는 열독률 이외에도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건수나 신문윤리위원회 제재 건수 등 해당 매체의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요소가 모두 포함돼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없이 다시 에이비시 부수공사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무런 반성도 없이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보균 장관의 ‘에이비시 부수공사 활용 검토’ 발언과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에이비시 제도는 아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고, (2021년 정부의 제도개선 권고와 관련해서도) 여전히 답보 상태인 부분이 있다”며 “이런 것들을 정부가 나서서 대신 바로잡아줄 수 있는 성격이 아닌 만큼, 한국에이비시협회 스스로 언론계나 (정부) 광고주들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 지표를 ‘원 오브 뎀’의 하나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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