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가 소상공인 대신 매달 갚는 빚 247억원… 예산 부족으로 정부에 증액 SOS
소상공인 위탁보증 정부 출연금 6100억원
부실률 9.3%로 치솟아…전망치보다 3%p 높아
관련 재원, 계획보다 3년 빠른 올해 소진 전망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신용보증기금(신보)의 ‘소상공인 위탁보증’의 부실이 크게 늘어나며 정부 세금이 추가로 투입될 전망이다. 소상공인 대출의 보증을 선 신보는 대출 부실이 예상보다 커 대신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면서 정부에 출연금을 요청했다. 사업이 종료되는 2027년 1월까지 투입될 예정이던 재원은 3년이나 이른 올해 말이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금융 당국 및 신보에 따르면 신보는 기획재정부에 소상공인 위탁보증 관련 예산을 요청하기 위해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열린 신보 이사회에서는 소상공인 위탁보증에 대해 “기존 재원은 올해 말에 모두 소진되고, 내년에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 출연을 요청하겠다”라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보 관계자는 “최근에 소상공인 대신 갚는 빚(대위변제)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를 고려해서 예산을 추가로 달라고 기재부에 요청을 했다”라고 했다.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신보가 소상공인 대출에 보증을 서는 제도로, 2020년 5월부터 2022년 1월까지 공급됐다. 소상공인의 대출상환 능력 저하 등으로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신보가 채무를 대신 갚게 된다. 보증비율은 95%로, 이는 소상공인이 은행으로부터 1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못하면 신보가 은행에 95만원을 대신 갚아줘야 한다는 뜻이다.
신보는 소상공인 위탁보증을 통해 7조4309억원을 공급했으며, 정부로부터 6100억원의 출연금을 받았다. 현재 소상공인 위탁보증 잔액은 5조6165억원이다.
신보가 소상공인 위탁보증 관련 추가 예산을 요청한 것은 해당 보증의 부실률이 예상보다 커 신보가 대신 변제해야 할 금액도 커졌기 때문이다. 신보는 지난해 말 업무계획에서 올해 말 소상공인 위탁보증의 부실률을 6.3%로 전망했다. 그러나 소상공인 위탁보증 부실률은 올해 3월 말 기준 9.3%까지 치솟았다. 예상치보다 부실률이 3%포인트 커지며 보증대출 10건 중 1건꼴로 부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신보가 채무자 대신 빚을 갚아주는 대위변제 건수도 올해 3월 말 기준 4974건에 달했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대위변제 건수는 2만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 대위변제 건수는 1만2079건이다. 대위변제 금액 역시 올해 3월 말 기준 매달 247억원으로 연말에는 3000억원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대위변제 금액은 1831억원이다. 신보는 늘어난 대위변제에 채무이행 전담 인력을 추가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시행 초기부터 부실률이 높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신용도·차입금 상환능력·재무 건전성 등 다양한 항목을 현장 조사·심사하는 일반 보증과 달리 소상공인 위탁보증은 보증서 대출을 받기 위한 절차와 요건이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신보는 당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빠르게 지원하기 위해 시중은행이 현장 조사 없이 금융회사 대출금 연체 여부, 국세·지방세 체납 여부 등 관련 기준 저촉 여부만 심사해 대출을 실행할 수 있게 했다.
소상공인 위탁보증 대출은 지난달부터 거치기간(대출을 받은 후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지불하는 기간)이 끝나고 분할 상환을 시작해 부실률이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소상공인 대출은 5년 만기 보증으로, 3년 거치·2년 분할 상환으로 나갔다. 신보 관계자는 “분할 상환이 처음 도래하는 것이 6월부터라서 부실 금액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특히 소상공인에 대한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소상공인 위탁보증의 부실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올해 9월 종료된다. 본격적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 위탁보증의 부실 증가는 곧 신보의 대위변제 확대를 의미하고, 이는 곧 국가 세금의 추가 투입으로 이어지는 만큼 보증서 대출의 부실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증 부담이 늘어나면 공적 보증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이는 다른 보증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보증 부실화를 막기 위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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