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무려 9940%” 유증 안한다는 효성화학의 자본잠식 해결법은
15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 유력
모회사 효성 출자도 대안으로 거론
효성화학이 유상증자 대신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이 9940%에 달해 2분기 자본잠식 가능성이 커져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 CJ CGV 등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들이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반복되자 효성화학은 이를 피해 영구채 발행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영구채가 5년 후 조기상환을 전제로 발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효성화학은 폴리프로필렌(PP)과 고순도테레프탄산(TPA), 필름(PET·나일론·TAC필름), 삼불화질소(NF3) 등 화학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다. 유가, 원재료 가격에 따라 제품 가격이 변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11일 효성화학 주가는 9만원선에서 마감했다. 지난해 초 최고 37만원선에서 움직이다가 연일 하락하며 1년 6개월 만에 4분의 1토막이 났다. 다만 최근 며칠만 놓고 보면 나름대로 많이 반등한 상황이다. 유상증자 우려 때문에 지난 7일 한때는 7만7000원까지 하락했었다.
효성화학 주가가 하락한 배경에는 6개 분기 연속 적자가 자리 잡고 있다. 1분기 영업손실 332억원, 당기순이익 496억원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적된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자기자본을 갉아먹었고, 부채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2631.8%였는데, 올해 1분기에는 9940.6%로 껑충 뛰었다.
코로나19 이후 폴리프로필렌(PP) 업황이 둔화하면서 판매가 부진했고, 그런 와중에도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실적에 부담이 된 탓이다. 2018년 세운 베트남 법인도 적자 폭이 커지면서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효성화학 신용등급을 낮추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8일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5일에는 나이스신용평가가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긍정적)’으로 내렸다.
그간 증권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의 재무구조가 부실해 2분기에는 유상증자, 모회사로부터 출자 등을 통해 새로운 자본확충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의 자금 지원 가능성도 거론돼 효성첨단소재, 효성티앤씨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실제 두 회사는 지난달 말부터 각각 9%, 16%가량 떨어진 상태다.
이런 우려가 커지자 효성화학은 유상증자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효성 측 관계자는 “유상증자 대신 영구채 발행을 추진할 예정이다”며 “정확한 발행 규모,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대규모 유증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이 약 1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효성화학의 주요 사업부문의 이익창출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 영구채 발행이 실질적인 자본 확보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조기상환을 염두에 둔 5년짜리 자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다.
영구채는 사실상 부채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될 수 있는 증권을 의미한다. 5년마다 발행사가 조기 상환할 권리(콜옵션)가 있는데, 사실상 국내에서는 이 조항이 옵션이 아니라 의무다. 발행사는 조기 상환해야 하고, 이를 변제하지 못하면 스텝업 조항에 따라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흥국생명이 5억달러 규모 영구채를 조기 상환 안 한다고 했다가 채권시장이 흔들린 적도 있다”며 “효성화학은 업황 부진에 따라 이익을 내는 게 힘들어진 상황에서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부담까지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구채 발행 이후 잉여금을 늘리거나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영구채 발행 이후에도 재무구조가 부실해진다면, 모회사인 효성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효성이 지분 20.17%를 보유하고 있어서 지분가치 희석을 막기 위해선 효성의 출자가 최선이라는 분석에서다. 효성은 자회사, 해외법인 배당으로 자금 마련이 가능한 구조이기도 하다.
효성 측은 “아직 영구채 발행 이외 정해진 자본 마련 방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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