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200조 넘게 투자…중국서 독일·미국車 밀려났다
올해 중국 브랜드 시장점유율 50% 차지할 것으로 전망
中정부 산업정책 성공…해외차 위축·中브랜드 '훨훨'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중국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현지 자동차 브랜드들의 약진에 힘입어 미국과 독일 등 서양 자동차 브랜드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해외 자동차 브랜드들이 오래 전부터 합작투자에 나서는 등 오랫동안 중국시장에 공을 들여왔지만, “서양 자동차 브랜드 지배 시대는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약진한 데는 전기차가 한 몫 했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4년 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전통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많이 팔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순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승용차 판매는 2023년 상반기에 44% 증가한 350만대 이상으로 집계됐는데, 같은 기간 9% 늘어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비야디(BYD)는 지난해 3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했으며 올 상반기 중국에서 120만대 이상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두 배에 달한다. 폭스바겐은 올해 1~5월 상하이에서 판매된 차량의 45%가 전기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도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CPCA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제조업체 10위권 내 9개사가 비야디 등 중국 제조업체들이었고, 유일한 해외 자동차 브랜드 하나가 테슬라였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부상은 고속철도와 태양광 패널, 배터리에 이어 중국 정부의 산업정책이 또 한 번 먹혀든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는 2015년 ‘중국 제조 2025’ 계획의 중심이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시장 육성을 위해 현지 제조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전국적인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업계를 집중 육성했다.
스캇 케네디 전략 및 국제연구센터 중국경제 정책연구원은 중국이 2009~2022년 사이 신에너지 자동차 부문 지원을 위해 약 1조2500억위안(한화 약 224조225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추산했다.
테슬라의 중국 진출을 적극 장려한 것도 도움이 됐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제조 기술이 성숙해지기 전 테슬라가 합작투자 없이도 현지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했고, 2019년 테슬라는 중국산 자동차 납품을 시작하며 수요를 자극했다.
해외 자동차 업체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수십년간 미국과 유럽 등 기존 시장 침체를 상쇄시키기 위해 중국으로 몰려들었지만 2017년 이후 자동차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다. 2017년 포드는 2025년까지 주요 합작사들이 만든 모든 차량이 전기차 형태로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머스탱 마하-E 판매에 성공하지 못한 뒤 중국 투자를 줄이고 있다. 혼다는 2035년까지 중국에서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목표로 기존 계획을 5년 앞당기고 있다.
이제 해외 업체들은 중국 현지에 맞는 모델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모델이나 해외에서 인기있는 모델을 들여오는 것 만으로는 중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폭스바겐은 제품 주기를 가속화하기 위해 중국 연구센터에 2000명의 개발자를 고용할 계획이며, 소프트웨어 사업부는 올해 중국 전문가 수를 400명에서 1200명으로 세 배 늘릴 계획이다.
반면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은 국내에서의 성장에 힘입어 최근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20년 이후 태국에 약 14억달러를 투자해 일본 업체들을 누르고 태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비야디는 브라질 전기차 공장 설립을 발표했으며 국영 상하이자동차(SAIC)는 유럽에 공장 설립 계획을 갖고 있다.
김혜미 (pinns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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