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코노미] '테스트' 통과한 전문 번역가까지 모집...웹툰 불법 유통 1420만건

공다솜 기자 2023. 7. 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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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 불법 유통 그룹의 한국어 '번역 테스트' 문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설봉 작가의 무협소설〈사신〉의 내용 일부입니다. '천직', '총괄', '부평초' 등 어려운 한자어들이 눈에 띕니다. 글자 모양 또한 물결치듯 기이하게 굽어 있어 쉽사리 읽히지 않습니다.

이 그림은 영미권의 웹소설 불법 유통조직이 낸 '번역 테스트' 문제입니다. 한국어로 쓴 웹소설이나 웹툰을 영어로 바꿀 번역가를 모집할 때 쓴 겁니다. 난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이미지를 스캔해 자동으로 번역하지 못하게 하려고 글자 모양을 일부러 왜곡시켰습니다.

오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이 같은 웹툰·웹소설 불법 유통의 현황과 글로벌 불법 유통 대응 전담팀인 PCoK(이하 피콕)팀의 단속 결과를 담은 〈3차 불법유통 대응 백서〉를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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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전문·조직화...중국은 동영상으로 퍼 나른다

피콕팀에 따르면 언어권별로 불법 유통의 양상은 다릅니다. 국내의 경우 웹툰을 도박과 불법 성인 사이트로 유입시키기 위한 미끼 역할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웹툰을 불법 유통하며 공식 저작권자를 영미권 대형 불법 번역그룹으로 명시한 유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불법 유통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영어권은 보다 조직적, 전문적으로 움직입니다. 불법 유통을 위해서도 웹툰과 웹소설의 번역, 검수 등 세분화된 공정을 거칩니다. 일부 불법 사이트에는 콘텐츠의 공식 저작권자가 아예 대형 불법 번역그룹으로 적혀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작품 끝에 '크레딧 페이지'를 넣어 번역 참여자와 계좌 링크 등을 알리기도 합니다. 카카오엔터는 "해당 페이지를 통해 불법 번역 그룹을 합법 유통사로 인식하는 유저도 다수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중화권의 경우 중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내수용 앱을 통한 불법 유통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숏츠 영상 플랫폼을 이용한 유통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이로 인해 영상물 형태의 불법물을 유통하는 개별 업로더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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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 새 1420만건 차단...지난해 대비 112% ↑
피콕팀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 동안 글로벌 주요 검색사이트와 SNS에서 약 1420만건의 불법 웹툰과 웹소설을 차단했습니다. 지난해(2022년 4~11월) 667만건에서 112% 증가한 수치입니다.

2016년부터 불법 유통을 단속해온 카카오엔터는 "이제 단속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합니다. 단속 초기에는 불법 사이트를 대상으로 채증하고 수동으로 삭제 요청을 했다면 최근엔 불법 사이트 뿐만 아니라 SNS와 앱까지 살피고 불법 유통에 쓰이는 키워드를 미리 모니터링해 사전 단속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의 IP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티셔츠 프린팅 업체.[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부터는 웹툰과 웹소설 외에도 이를 활용한 티셔츠 등 캐릭터 상품과 인쇄물 등 2차 저작물에 대해 단속을 확장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다양한 부가가치를 발휘하는 웹툰 및 웹소설에 대해 공백없는 보호조치를 전방위적으로 실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카오엔터는 올 한 해 동안 2800만건이 넘는 불법 유통물을 막아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월평균 삭제 건수는 약 236만건에 달합니다. 하지만 불법 유통사이트는 더욱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해외에 주소를 둔 불법 사이트 운영자의 검거도 어려워지며 웹툰·웹소설 불법 유통과의 치열한 싸움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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