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는 어떻게 타이 브레이크의 신(神)이 되었을까
테니스에서 타이 브레이크(Tie-Break)는 매 세트 게임 스코어가 6-6이 되었을 때, 즉 정규 게임 방식으로 더 이상 승부를 가릴 수 없을 때 마지막으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경기 방식이다. 7점을 먼저 따내면 승리하는데, 두 번씩 서브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 통상적으로 강력한 서브가 있는 선수들에게 승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테니스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의 주인공 노박 조코비치(36)가 올 시즌 타이 브레이크에서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건 그래서 더 놀랍다. 조코비치는 시속 220km 광속 서브를 퍼붓는 스타일이 아니고, 끈끈한 리턴과 정교한 그라운드 스트로크를 통해 한 점 한 점 획득하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조코비치가 올시즌 메이저 대회에서 기록한 타이 브레이크 전적은 13승 1패. 지난 1월 호주오픈 2회전에서 세계 랭킹 158위 엔조 쿠아코(프랑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이후 파죽의 13연승이다.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그리고 지금 열리고 있는 윔블던에서 조코비치는 13번의 타이 브레이크 승부를 모두 이겼다. 그것도 최상급 선수들을 상대했을 때였다. 그가 타이 브레이크에서 승리를 거둔 선수들의 주요 면면을 살펴보자.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4위)-스테파노스 치치파스(5위)-카렌 하차노프(11위)-카스페르 루드(4위)-후베르트 후르카치(18위)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치치파스와 두 차례 타이 브레이크를 모두 승리로 가져갔고, 카스페르 루드와의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도 타이 브레이크는 조코비치의 몫이었다. 이런 타이 브레이크에서의 강력한 모습을 바탕으로 조코비치는 올 시즌 두 차례 메이저 대회를 모두 휩쓸었고, 윔블던에서도 우승 후보 0순위로 각광 받고 있다.
조코비치의 이러한 경이적인 타이 브레이크 승률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3가지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다. 기술적인 요인에서 타이 브레이크에서 강한 이유가 있을 뿐 아니라, 정신력과 체력적인 면에서도 네트 건너편 적수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남자 테니스 역사상 가장 탄탄한 리턴 기술의 보유자다. 타이 브레이크에서는 이 기술의 장점이 더 극대화한다. 서브권을 2회씩 나눠 갖는데 조코비치의 숨 막히는 리턴 실력을 떠올리면 상대는 긴장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빠르고 강한 첫 서브를 터트린다 해도 조코비치는 그 서브를 리턴할 확률이 그 어느 선수보다 높다. 그뿐만 아니라 살얼음판 승부인 타이 브레이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범실을 저지르지 않는 것인데, 조코비치의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의 안정성은 단연 으뜸이다.
타이 브레이크는 매 포인트가 압박 상황(Under pressure)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렇게 긴장된 순간 최고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강철같은 정신력의 소유자가 조코비치다. 남자프로테니스(ATP)는 압박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치를 지수화시켰는데, 지난 52주간 이 부문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선수가 조코비치다.
20세 약관의 나이에 메이저 대회를 우승한 조코비치는 이후 15년 넘게 페더러, 나달, 앤디 머리와 같은 남자 테니스의 전설들과 숱한 명승부를 겨뤄왔고, 이렇게 누적된 경험치는 요즘 젊은 선수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멘털을 완성 시켰다.
하지만 보통 백전노장이 되면 멘털이 좋아지지만, 체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나이는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예외다. 그는 이십 대 중반 전성기 못지 않게 4시간이 넘는 메이저 대회 5세트 체력전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앞선다.
결국, 기술과 정신력, 체력에서 조코비치는 경쟁자들과 다른 차원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고, 테니스에서 가장 승부처라고 볼 수 있는 타이 브레이크에서 이 장점들이 발현되고 있다.
임규태 KBS 테니스 해설위원은 "조코비치는 리턴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상대 서브권에서 먼저 점수를 빼앗아 올 수 있는 브레이크 능력이 높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코비치의 타이 브레이크가 무서운 이유는 이러한 부분을 상대 선수들이 의식하고 있어서 압박을 많이 받고 생각이 많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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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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