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빚 갚아주는 사회에 대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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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잘 갚는 사람에겐 아무것도 없다. 반대로 빚을 연체하는 사람에겐 원금, 이자 가릴 것 없이 모조리 면제해준다. 역차별 아닌가."
차라리 꼬박꼬박 빚을 갚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 게 낫지 않냐는 것이다.
2022년 한 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8천871만원의 빚을 갖고 있었으며 평균 소득은 209만원이다.
빚을 못갚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빚을 갚을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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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디넷코리아=손희연 기자)"빚 잘 갚는 사람에겐 아무것도 없다. 반대로 빚을 연체하는 사람에겐 원금, 이자 가릴 것 없이 모조리 면제해준다. 역차별 아닌가."
빚을 탕감받는 이들에 대해 분노하는 목소리가 크다. 차라리 꼬박꼬박 빚을 갚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 게 낫지 않냐는 것이다.
비판 대상인 '개인회생'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파탄에 직면했지만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개인 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다. 법원이 허가한 변제계획에 따라 3년 이내 채권자에게 분할변제를 하고 남은 채무는 면책해 준다.
이런 제도 외에도 취약한 차주를 지원하는 제도를 비판하는 이유는 뭘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나도 힘들기 때문이다.
둘째. 채무자들이 빚을 진 건 주체 못할 욕심에서 비롯한 한탕주의 때문이다.
셋째. 자기 책임 하에 이뤄진 투자를 정부가 대신 수습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은 타당할까?
서울회생법원의 통계를 보자. 2022년 한 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8천871만원의 빚을 갖고 있었으며 평균 소득은 209만원이다. 이 소득은 4인 가구 기준으로 2022년 기준 중위소득 40%에 해당한다. 의료 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금액이다. 3인 가구를 기준으로 할 경우엔 중위소득 50%로 교육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빚을 갚기 위해 처분할 자산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의 재산(청산가치) 중위값은 690만원이었다. ▲50만원 이하는 22.4% ▲50만원 초과~500만원 이하가 21.1%로 집계됐다. 개인회생 신청자의 92.8%는 가진 부동산이 없었다. 임대차 보증금이 없는 경우도 57.7%에 달했다.
빚을 못갚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빚을 갚을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 넘은 투자 때문에 빚더미에 앉은 사람을 무조건 옹호할 수는 없다. 투자는 자기 책임 하에 이뤄지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 수익률을 좇을 경우엔 위험 부담도 크다는 사실을 감안해야만 한다. 지난해 30대의 개인회생 신청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서울회생법원은 가상자산 등에 대한 투자 실패가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따져보면, 감정적으로 접근할 사안도 아니다.
개인회생으로 변제받은 금액은 평균 38%다. 빚의 중위값 8천871만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3천370만원을 탕감받은 셈이다. 변제 기간은 3년 미만이 대부분이었다. 일각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무조건적으로 원금을 100% 갚아주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월 209만원의 소득으로 3년 내에 5천500만원을 갚아야 한다. 2년 2개월 간 한 푼도 쓰지 않아야만 갚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지 못한 돌발적인 상황에 대해 추가 생계비로 인정받은 금액은 10만~40만원 미만이며, 지난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1만4천826건 중 24.3%(3천602명)에 지나지 않는다.
분노는 쉬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힘드니까'란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리는 당신에게만 오른 것이 아니고, 갚아야 할 채무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버겁다.
그러나 거의 죽었다가 살아나겠다고 '개인회생'을 신청한 이들이 더욱 버거웠을 것이라는 연민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언젠가 빚이 버거워 주저앉는 순간 비슷한 처지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물론 빚의 늪에서 동앗줄을 잡아 살아남은 이들 역시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책임을 내팽개치지 않길 바라는 것뿐이다.
성실히 하루를 살고 대출을 상환한 사람을 인정해주는 사회를 바란다. 분열되지 말고.
손희연 기자(kunst@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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