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황우석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최정석 기자 2023. 7. 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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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처럼 잘 하시는 분들에 대해서 분위기가 좀 안 좋았나 봅니다. 반성도 하고 고뇌도 하시던데, 안타깝고 짠하더라구요."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이라는 제목만 보면 황 박사의 연구윤리 훼손을 비판하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황우석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황우석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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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석 기자

“황우석 박사처럼 잘 하시는 분들에 대해서 분위기가 좀 안 좋았나 봅니다. 반성도 하고 고뇌도 하시던데, 안타깝고 짠하더라구요.”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세종청사 이전 기념식 현장이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을 비롯한 부처 주요 간부들이 기자실에 들러 기자들과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갑자기 기자 한 명이 ‘황우석’이라는 이름을 꺼냈다. 황우석은 과기정통부에서 오래 전 지워진 이름이다.

황 박사는 2004년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았지만, 논문 조작이 드러난 이후 과기정통부는 홈페이지의 역대 수상자 목록에서 이름을 지웠다. 대한민국 최고 과학자에서 소설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처럼 이름도 부를 수 없는 사람으로 추락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황우석이라는 이름이 다시 과기정통부 이삿날 등장한 것이다.

갑작스런 질문에 이 장관은 “실수는 용서할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건…” 이라며 말을 아꼈다. 의도적인 연구 윤리 훼손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명확하게 한 것이다.

황우석이라는 이름이 다시 과학계에 회자되는 건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때문이다. ‘킹 오브 클론: 황우석 박사의 몰락’이라는 제목만 보면 황 박사의 연구윤리 훼손을 비판하는 내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다큐멘터리는 동물복제 분야에서 황 박사가 이룬 성과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그가 저지른 과오의 무게감을 덜어낸다. 일부 연구진이 저지른 실수일뿐 자신이 주도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한다.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제작진은 황 박사가 연구 생활을 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사람들이다. 황 박사의 이미지를 ‘세탁’해주려는 의도가 어렵지 않게 읽힌다.

황우석 사태가 터진 지 20여년이 흐르며 많은 기억과 기록들이 잊혀지면서 넷플릭스를 통해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한 젊은 세대가 장관에게 무심코 던진 생각일 수도 있다. 이렇게 유능하고 뛰어난 과학자를 여론 몰이로 내쫓은 게 아니냐는 ‘착각’ 말이다.

그러고 보면 황우석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황 박사는 네이처와 함께 국제학술지 양대 산맥인 사이언스에 2005년 게재한 논문에서 여러 수치를 조작했다. 그가 실험실에서 만들었다고 주장한 11개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가짜였다. 그가 발표한 논문 내용을 믿고 이를 기반으로 파생 연구와 실험을 이어가던 전 세계 과학자들의 피땀은 전부 물거품이 됐다.

황 박사는 과학계뿐 아니라 평범한 국민을 상대로도 사기극을 벌였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있으면 마비된 신경을 새것으로 바꿔 휠체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심어줬다. 가짜 연구 내용을 진짜인 것처럼 말하고 다니며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연구비를 타다 썼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는 황 박사를 믿으며 살아가던 아들을 둔 목사가 출연한다. 황 박사의 연구가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은 “아빠, 그럼 나 이제 못 걸어?”라고 물었다. 얼마 뒤 아들은 의식을 잃고 숨졌다. 그런데도 이 아버지는 황 박사를 용서한다. 다큐멘터리는 그와 황 박사가 함께 기도하는 장면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한 개인이 황 박사를 용서했다고 해서 가짜 줄기세포가 진짜가 되는 건 아니다. 황 박사는 명예와 돈에 취해 과학자가 절대로 해선 안 될 일을 했다. 황우석이 한국의 과학계에서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걱정스러운 사실은 과학계 안에서도 황우석을 향해 짠하다거나 안타깝다는 말이 나온다는 점이다. 일부 정치인과 지자체, 경제인들이 과학계에서 퇴출된 황 박사를 상당 기간 지원했다는 사실은 엄연한 현실이다. 황우석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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