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접전에 사흘 연속 경기 치르는 36세 조코비치...체력 부담 극복할까

박강현 기자 2023. 7. 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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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통금 규정 속 ‘1박2일’ 경기
이로 인해 3일 연속 경기 치르게 돼
11일 루블료프와 8강전

테니스는 격렬하기로 악명이 높다. 공을 치기 위해선 허리를 쉴 새 없이 돌려야 한다. 체력적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윔블던 남자 단식 5연패(連霸)를 겨냥하는 남자 테니스 세계 2위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가 3일 연속 테니스 경기를 치르는 악조건을 뚫고 4강전에 오를 수 있을까.

노바크 조코비치가 10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후베르트 후르카치를 물리치고 안도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조코비치는 10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후베르트 후르카치(26·폴란드·18위)를 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3대1(7-6<8-6> 7-6<8-6> 5-7 6-4)로 제압하고 8강에 진출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점수 결과. 문제는 이 경기가 ‘1박 2일’ 동안 진행됐다는 점이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조코비치와 후르카치의 16강전은 애초에 9일 열렸다. 이날 센터코트의 3번째 경기로 배정됐다. 그러나 앞선 남녀 단식 16강전 두 경기에서 모두 풀세트 혈투가 벌어졌다. 각 경기는 3시간을 넘겼다. 자연스럽게 조코비치-후르카치 경기 시작은 늦어졌고, 이들은 결국 오후 8시 30분쯤 센터코트 무대를 밟았다.

조코비치가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연달아 두 세트를 선취하는 등 기세를 잡았지만 어느덧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켰고 이날 경기는 중단되어야만 했다.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중 윔블던에만 있는 ‘통금 규정’ 때문이었다. 윔블던에선 밤 11시 이후에는 경기를 치르지 않는 규정이 있다. 윔블던은 지역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밤 11시 이후에는 경기를 진행하지 않아 모두 ‘퇴근’해야만 한다.

노바크 조코비치(왼쪽)와 후베르트 후르카치가 9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통금 시간'이 돼 경기 도중 짐을 싸고 코트를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코비치와 후르카치도 예외가 아니었다. 둘은 짐을 싸고 코트를 떠나야만 했다. 이후 10일에 다시 돌아와 경기를 마저 치렀고, 조코비치가 끝내 승리했다.

하지만 개운한 승리는 결코 아니었다. 36세로 8강 진출자 중 최연장자인 조코비치는 바로 다음 날인 11일에 8강전에 나서야 된다. 테니스 대회에서 선수는 체력 회복 등을 위해 격일로 경기를 치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조코비치는 대회 운영시간 제한 규정 탓에 사흘 연속 경기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체력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부분이다.

노바크 조코비치(오른쪽)가 10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후베르트 후르카치를 물리친 뒤 그와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코비치는 후르카치와 경기를 마친 뒤 “지역 주민 불편 등을 감안한 윔블던의 통금 규정을 이해한다”면서도 “경기가 최소한 정오에 시작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8시쯤 경기를 시작하면 그날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사로잡힌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현재 센터코트에선 첫 경기가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한다. 많은 경기가 열리는 대회 초반엔 그날 센터코트 마지막 경기를 배정 받은 선수들이 통금 규정의 ‘희생양’이 되기 쉬운 이유다. 조코비치는 이를 오후 12시로 앞당기면 뒤에 열리는 경기가 시간제한 규정에 걸릴 가능성이 다소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주최 측은 아직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윔블던을 주최하는 올잉글랜드론테니스클럽(AELTC)의 샐리 볼턴 회장은 “센터코트 첫 경기 시간을 앞당긴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드레이 루블료프. /로이터뉴스1

조코비치는 11일 러시아의 안드레이 루블료프(26·7위)와 8강전에서 맞붙는다. 역대 전적에선 조코비치가 3승1패로 앞서 있다.

한편 다른 메이저 대회에선 통금 규정 등이 별도로 없어 선수들이 새벽까지 경기를 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1월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2회전에선 앤디 머리(36·영국·40위)와 호주의 서나시 코키나키스(27·90위)가 새벽 4시까지 라켓을 휘두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경기는 당시 밤 10시 20분쯤 시작했는데, 두 선수가 6시간에 가까운 접전을 이어가 ‘자정의 광란’으로 불렸다. 관중석에선 졸고 있는 관객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승리한 머리는 경기 후 “누구를 위한 경기였는지 모르겠다. 선수들을 포함해 팬, 심판진 등 그 누구에게도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리를 지켜준 분들에겐 감사하지만, 우리 모두 빨리 잠을 잘 필요가 있다”며 경기 편성 시간에 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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