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만마리가 ‘극심한 고통’ 겪다 죽었다···지난해 실험동물 역대 최다
지난해 국내에서 희생된 실험동물의 수가 역대 최다인 499만마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42만마리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한국HSI)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지난해 실험동물 관련 집계를 근거로 지난해 국내에서 실험으로 희생된 동물의 수가 499만5680마리에 달했다고 11일 밝혔다. 2021년보다 11만5428마리 늘었고 2015년(약 250만 마리)과 비교하면 2배가량으로 증가했다.
한국HSI는 실험동물이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겪는 ‘고통등급 E’ 범주의 실험에 이용된 동물 수는 모두 242만3155마리로, 역시 증가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종양, 감염 연구 등이 포함돼 있는 고통등급 E 범주의 실험에서 실험동물은 극심한 고통이나 억압, 회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한국HSI는 실험동물 두 마리 중 한 마리꼴로 고통스러운 화학물질 등에 노출이 되어도 진정제 또는 통증완화제 등을 섭취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야별로 보면 법적 규제시험, 기초연구, 중개 및 응용연구 등에서 많은 동물이 실험 대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HSI는 이들 실험은 모두 기존의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시험법이나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비동물 연구가 가능한 분야라고 주장했다. 국내외에서 대체시험법 연구가 활발하지만 국내의 동물실험을 실시하는 기관은 2021년 481개소에서 2022년 517개소로 증가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희생된 실험동물은 설치류(416만마리)다. 이어 조류가 42만마리, 어류가 27만마리로 뒤를 이었다. 영장류인 원숭이는 2942마리, 토끼는 2만8679마리가 희생됐다.
서보라미 한국HSI 정책국장은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기술 개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과거에 머무른 채 동물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실제 시험현장에서 대체시험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동물대체시험법 촉진을 위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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