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美정찰기 EEZ 침범' 주장…EEZ를 방공식별구역처럼 운용하나(종합)
46년 전 발표 '경제수역 정령' 근거로 주권침해 주장하는 듯
김여정 언급 지점들, 북한 EEZ 안쪽이라고 보기도 무리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김승욱 기자 = 북한이 미군 정찰기가 자신들이 설정한 경제수역을 침범해 공군이 대응 출격했다고 발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방공식별구역(ADIZ)처럼 운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공군 전략정찰기가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면서 이를 반복하면 군사적 대응 행동에 나서겠다고 재차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전날에도 미 공군 정찰기의 경제수역 침범은 주권 침해라며 강력 대응을 경고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240해리(1해리=1.86㎞) 이상의 탐지 반경을 가진 적대국의 정찰 자산이 우리의 200해리 경제수역을 침범하는 것은 명백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과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이 '200해리 경제수역'을 언급한 것으로 볼 때 북한이 주장하는 경제수역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EEZ와 동일한 개념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군 정찰기의 EEZ 진입을 문제 삼은 것은 이례적이다.
국제법상 영해(12해리)가 아닌 EEZ는 통상 무해통항권(선박이 연안국의 안전과 질서를 해치지 아니하는 한 자유로이 항해할 수 있는 권리)이 인정되는 공해이기 때문에 김 부부장의 주권 침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타국의 EEZ에서 무단으로 해양조사를 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무해통항권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로 미뤄볼 때 북한은 경제적 권리에 대한 개념인 EEZ를 방공식별구역과 유사하게 운용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미 정찰기의 경제수역 침범에 북한 공군이 대응 출격했다고 밝혔고, 이날도 미 정찰기의 경제수역 무단 침범에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자신이 선포한 경제수역 상공을 방공식별구역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군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설정해놓고 타국 항공기가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하면 대응 출격 후 경고 통신을 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은 EEZ와 일치하지 않지만 설정 범위에 유사점이 있다.
다만, 방공식별구역도 영공과 달리 주권이 미치는 영역은 아니기 때문에 타국 항공기가 무단으로 진입해도 위협사격 등 실력을 행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미 정찰기가 경제수역에 진입하면 사실상 격추하겠다는 위협을 가한 것이다.
북한은 약 46년 전인 1977년 6월 21일에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경제수역에 관한 정령'을 통해 영해 기산선으로부터 200해리를 경제수역으로 설정했다.
정령 4항에 따르면 북한 관련 기관의 사전승인 없이 외국인이나 외국 선박 및 항공기 등은 경제수역 안에서 고기잡이, 시설물 설치, 촬영, 조사, 측정, 탐사, 개발과 그 밖에 경제활동에 장애로 되는 행위들을 할 수 없다.
북한은 정령 4항을 근거로 미국 정찰기의 EEZ가 주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항은 어로 행위나 해양조사 등 북한의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으로 외국 항공기의 운항을 통제하는 조항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북한이 1977년 8월 1일에 발표한 '해상 군사경계선'이 외국 군용기의 경계선 내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당시 북한은 해상 군사군계선을 동해에선 영해 기산선으로부터 50해리, 서해에선 경제수역의 경계선까지로 삼으면서 "군사경계수역 내(수상, 수중, 공중)에서의 외국인, 외국 군용 함선, 외국 군용 항공기의 활동을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북한이 자국 규정에 따라 미군 정찰기의 활동을 금지하더라도 EEZ보다는 해상 군사경계선을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 군사경계선 역시 타국 선박과 항공기의 자유로운 항행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국제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게다가 김 부부장이 북한의 경제수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하면서 언급한 지점은 경상북도 울진 동남쪽 276㎞, 강원도 고성 동쪽 400㎞, 강원도 통천 동쪽 435㎞ 등으로 해상 군사경계선은 커녕 북한 EEZ 안쪽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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