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들여 외국산 목재로 만든 ‘짝퉁 거북선’ 결국 철거
경남도 ‘이순신 프로젝트’로 제작
외국산 목재를 사용하고 부실시공으로 애물단지 신세가 됐던 경남 거제 ‘1592 거북선’이 소각 처리된다. 헐값에 팔렸지만 인수자가 옮길 방법을 찾지 못해 소각한 뒤 철근 등은 고물상에 팔기로 했다.
11일 경남 거제시 일운면 조선해양문화전시관 앞. 야외광장에 설치된 거북선의 철거작업이 시작됐다. 거북선 선수 용머리는 포크레인의 움직임 한 번에 금방 떨어져 나갔다. 부식이 심해 목재는 쉽게 부서졌다.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 무게 120t 거북선은 한순간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폐기물로 바뀌었다.
거북선은 이날 60% 정도 철거됐다. 거제시는 오는 23일까지 해체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거북선을 완전히 철거하면 목재는 소각장에서 불에 태우고 철근은 고물상에 팔 계획이다.
거제 거북선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당시 ‘이순신 프로젝트’의 하나로 16억원을 투입해 2011년 완공했다. 당시 금강송을 사용한다고 홍보했으나 미국산 소나무를 사용한 사실이 해경 수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짝퉁 거북선’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건조 업체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당시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도민에게 사과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거북선은 이후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당초 바다에 있었으나 흔들림이 심하고 물까지 새자 육지로 옮겨졌다. 그러나 목재가 썩고 뒤틀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태풍 등 자연재해로 파손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보수공사 등 매년 수 천만원이 투입되는 등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억5000만원이 들어갔다.
거제시는 안전사고 우려와 함께 효용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거북선 매각을 결정했다. 거북선은 7번 유찰된 끝에 154만5380원에 팔렸다. 낙찰자는 이 거북선을 학습체험용으로 활용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거대 공작물인 거북선을 옮길 장소와 운반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낙찰자는 결국 거북선 인수를 포기했다.
거제시는 전문업체에 맡긴 용역에서 ‘목재의 90% 이상이 부식되는 등 재활용도 어렵다’는 판단을 받자 폐기처분을 결정했다. 실제로 거북선 선체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스펀지 들어가듯이 쑥 들어갔을 정도였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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