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부담에 상반기 건설사 도시정비 '주춤'…"하반기부터 수주 활발"
상반기 수주액 급감…원자재값·인건비 영향
서울시 조례 개정…하반기 발주량 풀릴 것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공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 건설업계의 도시정비 사업 수주액이 대폭 줄었다. 수주액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선별해 수주를 하는 전략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다. 다만 하반기부터 서울시가 정비사업 관련 조례를 개정해 시공사 선정 시기가 앞당겨진 만큼 건설사를 찾는 조합이 속속 나올 전망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금액은 7조996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조500억 원보다 12조 원가량 줄었다.
이 기간 건설사 10곳 가운데 수주액 1조 원을 넘긴 곳은 4곳이다. 포스코이앤씨가 2조3144억 원 원의 수주고를 올려 가장 높은 수주액을 기록했다.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서초구 방배신동아 재건축 등과 평촌 초원세경아파트 리모델링, 부산 해운대 상록아파트 리모델링 등 상반기에만 총 7건의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이어 △현대건설 1조5804억 원 △삼성물산 1조1463억 원 △GS건설 1조1156억 원 등이 1조 원대 수주액을 달성했다. 삼성물산은 송파구 가락상아2차 리모델링과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을 수주했고, GS건설은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동대문구 청량리6구역 재개발, 강서구 방화5구역 재개발 등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의 시공을 맡게 됐다.
반면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상반기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없었다. 대우건설은 하반기에 접어든 이달 8일 서울 양천구 신정4구역 재건축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돼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이외에 SK에코플랜트 7219억 원 △DL이앤씨 6423억 원 △현대엔지니어링 4687억 원 △롯데건설 1728억 원 등이 1조 원 미만의 수주액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건설업계의 정비사업 수주액 규모가 줄어든 것은 최근 공사비가 올라 사업성 검토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가 오른 건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을 반영하지 못해 무응찰되거나 시공 계약이 해지된 사례가 속속 나왔다.
경기 성남시 산성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20일까지 시공사 선정 재입찰을 실시했지만 유찰됐다. 현장 설명회에 8개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당초 이 현장은 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시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공단이 올해 2월 본계약을 체결한 2020년 7월보다 3.3(평)㎡당 216만 원 높은 661만 원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마찰이 일었다. 이번 입찰이 무응찰로 끝나자 조합은 기존 시공단과 공사비를 재협상하기로 했다.
서울 영등포 남성아파트 역시 하반기 6번째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올해 4월 실시한 5번째 입찰이 무응찰로 끝났다. 지난달에는 DL이앤씨가 건설경기 악화를 이유로 경기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수주에 관심을 보여왔지만 입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서울시가 도시정비 절차 관련 조례를 개정해 수주 물량이 빠르게 풀릴 예정이다. 건설사들도 양질의 사업성을 갖춘 정비사업 수주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달부터 서울시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개정 조례안'이 시행돼 시공사 선정 시기가 기존 '사업시행 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 인가 이후'로 크게 당겨졌다. 조례 개정에 따라 정비사업은 기본계획 수립→정비구역 지정→조합설립 추진위 승인→조합설립 인가→시공사 선정→사업시행 인가 순으로 추진된다. 이에 한남5구역, 압구정 현대, 개포 주공 5·6·7단지, 목동 등 서울의 '대어급' 정비사업지가 시공사 조기 선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사업성이 확실한 대형 사업 위주로만 선별 수주하는 업체가 많았다"며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앞둔 주요 입지의 단지들이 많아 활발한 수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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