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밀어준다"…K-바이오 '인니 행' 열풍 이유있었네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올해 본격화된다. SK플라즈마는 이미 현지 혈액제제 공장 건설에 돌입했고, GC녹십자는 혈액제제 공장 건설 및 기술 이전과 관련한 사업권을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승인받아 연내 제반 절차를 마무리지을 전망이다. 이보다 앞서 대웅제약과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도 인도네시아에 교두보를 마련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 의약품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데다 현지 의약품 자급률도 낮아 한국 업계가 파고들 여지가 커서다. 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려는 정부도 이 같은 K-바이오의 인도네시아 진출 지원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플라즈마는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혈액제제 공장 건설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SK플라즈마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보건부로부터 연간 100만ℓ 규모의 혈장 원료 처리가 가능한 혈액제제 공장 건설 관련 최종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공장 투자 규모는 3000억원 가량으로 완공 목표 시점은 2025년이다.
GC녹십자도 연내 현지 혈액제제 공장 건설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지을 전망이다. 그동안 인도네시아 정부는 혈액제제 플랜트 건설 및 기술이전 사업권을 두고 사업자 선정을 진행했으며, 지난 1월 GC녹십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세부 협의와 조율을 거쳐 지난 달 GC녹십자에 사업권을 최종 승인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현지 파트너사 물색 등 제반 절차를 거쳐 본계약이 체결되면 공장 생산 규모와 공장 건설에 대한 투자 규모 등이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 제약사들의 현지 진출에 이어 올해부턴 혈액제제 생산 현지화가 진행되는 셈이다. 가장 먼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제약사는 대웅제약이다. 2014년 현지 바이오업체 인피온과 합작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과 현지법인인 '대웅인피온'을 설립했다. 성장호르몬치료제 '케어트로핀 액상 펜 주사기'의 현지 판매 허가를 획득했으며,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인 이지에프외용액의 할랄 인증도 받으며 보유 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종근당은 2015년 인도네시아 제약사 'OTTO'와의 합작법인 'CKD-OTTO'를 설립했고 2019년에는 현지에 항암제 공장을 준공해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승인을 받았다. 동아에스티도 현지 제약사 컴비파와 공동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PT 컴비파 동아 인도네시아'를 완공했다. 동아에스티 제품인 만성신부전 환자의 빈혈 치료제 '에포론'과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류코스팀' 등을 생산한다.
사실 업계에선 그동안 인도네시아가 진출하기 쉽지 않은 시장으로 통했다. 무엇보다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할랄' 인증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 인증을 받으려면 약품에 돼지고기 등 동물성 성분은 물론 알코올이 함유돼선 안된다. 현지 업체와의 협력 규정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의약품을 유통·판매하려면 생산설비를 갖춘 현지 회사와 협력해야 한다. 또 5년 이내에 해당 의약품 관련 기술을 이전해 현지에서 제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현지 진출한 제약사는 물론, 올해 현지화에 나선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도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 조건에도 현지 진출이 이어지는건 인도네시아만큼 시장 성장 잠재력이 큰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테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28억6100만달러 규모였던 인도네시아 제약업계 매출은 2025년 37억2200만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지만 전체 의약품 원료의 90%가 해외에서 수입된다. 자국 의약제품 연구개발 능력에 한계가 있는데다 현지 공장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뒤집어보면 한국 제약사들이 현지 진출할 경우 시장을 개척해 주도할 여지가 그만큼 큰 시장인 셈이다.
특히 혈액제제 시장 성장 잠재력이 크다. SK플라즈마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혈액제제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제한된 1000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하지만 성장률은 11%에 육박해 생산 자급화 이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산 바이오의약품 수출을 지원하고 양국 간 혈액제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바이오의약품 규제기관인 인도네시아 식약청과 국장급 양자 협력 회의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국장급 실무협의체 설치와 바이오의약품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 개정에 합의했다. SK플라즈마의 현지 공장 건설도 한국 보건복지부와 현지 대사관 협업을 통해 이룬 성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잠재력은 크지만 진출이 쉽지 않은 시장이어서 정부 지원사격이 큰 도움이 된다"며 "까다로운 할랄 인증도 이 곳에서 받아두면 추후 이슬람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도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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