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스텐 광산 갱도의 KT 통신망, 광부들 ‘안전 지킴이’ 되다[현장]
4G 네트워크 기반으로 작업자 안전 실시간 체크
11일 반도체 금속 배선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전략 광물’ 텅스텐이 매장돼 있는 강원 영월군 상동광산.
스마트밴드를 착용한 광부가 갱도 안으로 들어가자 입구에 있는 작업현황판에 입갱자 인적사항이 자동으로 표시됐다. 천장에 통신 케이블이 촘촘히 연결된 갱도를 따라 10분쯤 걸어 광산 화약고 앞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긴급상황 발생을 가정해 안전모에 부착된 스마트태그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시끄러운 경보음과 함께 SOS 신호가 지상에 있는 관제센터로 전송됐다. 지하 깊은 곳이었지만 스마트폰으로 광산 바깥의 근무자와 통화할 수 있었다.
전화 연결이 안 되면 곧바로 구조 인력과 장비를 갱도에 들여보낸다. 위험에 처한 광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 출동 결정을 내리는데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광부가 광산에 들어가면 심박수 같은 생체 정보도 실시간으로 관제센터에 전송한다. 스마트밴드는 장시간 움직임이 없으면 자동으로 센터에 알림을 발송하는 역할도 한다. 광업 취업자의 평균 연령은 52.3세로 작업 도중 건강 상태 체크가 중요하다.
KT는 캐나다 광산 개발업체 알몬티대한중석(알몬티)과 협력해 상동광산에 LTE(4G) 네트워크 기반의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광산안전 디지털전환(DX) 솔루션’을 개발했다. 솔루션은 각종 스마트기기뿐 아니라 출입·위치 관리 시스템, 인공지능(AI) 기반의 광산안전 시스템, 작업장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출입·위치 관리 시스템은 위치별 작업 확인, 작업자 위험 지역 진입, 차량 접근 여부 등을 알려준다. KT는 갱도 안에 정밀 측위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저전력 블루투스 장치를 곳곳에 설치했다. 이 장치는 별도의 페어링 절차 없이 자동으로 가까이 있는 스마트기기와 연결되며, 수신되는 신호 강도에 기반해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광부의 위치를 파악한다.
관제센터에서는 AI 기반의 광산안전 시스템을 활용해 광부의 안전 상태를 살펴본다. 작업자에게 비상 메시지를 전송하고 탈출로와 피난처를 안내하는 기능도 있다.
작업장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은 갱도에 배치된 다양한 측정기들을 활용해 주변 환경을 감시한다. 유해가스 측정기는 산화질소,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아산화황의 공기 중 농도를 측정한다. 다른 기기들은 온·습도, 주요 장소 수위와 진동 등을 파악해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KT 강북강원법인고객본부장 유창규 상무는 “광산안전 DX 솔루션 구축 사업을 계기로 KT의 탄탄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이용해 광산에서도 원활한 통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솔루션 개발은 광산이 재해에 취약한 장소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2012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국내 광산에서 일어난 재해 사고는 364건으로 393명이 피해를 입었다. 해마다 사고 발생 건수가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도 재해를 입은 사람 수가 15명에 달했다.
KT는 광산 안에 4G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기존 광산에는 구축이 쉬운 와이파이와 무전이 주로 활용됐는데 기술적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광산은 심한 내부 굴곡과 전파 송수신을 방해하는 지형지물 때문에 통신장비 배치가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T는 굽은 갱도에서도 균일한 전파 방사가 가능한 ‘누설동축케이블’을 활용했다. 또 300m마다 ‘광산 전용 라인앰프’를 설치, 손실된 전파를 증폭해 통신 품질을 안정화했다.
KT와 알몬티는 이번에 개발한 솔루션의 특허를 공동으로 출원할 계획이다. 강동훈 알몬티 이사는 “경제성이 아니라 오로지 근로자의 안전을 보고 투자했다”며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자연히 경제적 손실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영월 |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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