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 평균 공모액, 20분의1 토막… "내년 초까지 더 나빠져"

이창섭 기자 2023. 7. 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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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상반기 '2569억원' vs 2023년 상반기 '149억원'
"바이오벤처는 불확실해"… 투자 꺼리는 1순위 요소
기술특례상장 개선, 의약품 허가 규제 혁신 등 대책 거론
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이오벤처 투자 활성화 전략과 지원 정책 모색'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올해 상반기 주식 시장에 상장된 바이오벤처 기업 1곳당 평균 공모액은 149억원이다. 2021년 상반기 평균 2569억원과 비교해 20분의1 수준이다. 바이오벤처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불확실성'이었다. 돈이 없어 임상을 중단하거나 법인을 청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바이오 기업과 투자자들은 기술특례상장 개선과 인수합병(M&A) 활성화 정책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주관하는 '바이오벤처 투자 활성화 전략과 지원 정책 모색' 포럼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바이오벤처 기업이 직면한 위기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찾기 위해 열렸다.

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장은 현재 바이오벤처 시장이 얼마나 큰 어려움에 처했는지 설명했다. 김 단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한 5개 바이오벤처 기업의 평균 공모액은 149억원이다. 2021년 상반기 평균인 2569억원의 5.8% 수준이다. 2021년 상장 당시 1조4918억원 공모액을 모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존재를 감안해도 큰 격차다. 2022년 상반기 평균 공모액 278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김 단장은 "2021년 5000억원 밸류에이션(가치)으로 상장했던 기업이 지난해, 올해 상장했다면 1000억원 정도밖에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며 "상장해도 자금을 끌어들이지 못해 기업에는 기업공개(IPO)가 큰 의미 없이 다가올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공모를 주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벤처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벤처투자사를 대상으로 올해 7월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5.7%가 '투자 회수 시기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74%는 '상업화까지의 긴 기간'이 바이오벤처 투자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42.9%는 '실험 결과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바이오벤처의 어려움이 내년 초, 적어도 올해 말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벤처 시장은 발행 시장에 대비해 6개월에서 1년 정도 후행한다"며 "코스닥 제약 지수가 지난해 10월13일부로 최저점을 기록했다. 벤처 투자 시장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저점을 기록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게 말하면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는 뜻이다"고 덧붙였다.

홍천표 지아이셀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이오벤처 투자 활성화 전략과 지원 정책 모색'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김 대표는 '기술특례상장' 절차 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외부 검증기관이 평가하고, 자격을 갖추면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수익 창출 방안이 없는 바이오벤처가 상장 수단으로 많이 사용한다.

김 대표는 기술특례상장 기준이 최근 보수적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하면서 "바이오벤처 가치를 평가하는 외부기관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부기관이 평가에 많은 비용을 쓰지 않아 기업 평가와 관련한 객관적이고 양질의 보고서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M&A 활성화와 의약품 허가 규제 혁신도 대안으로 거론됐다. 홍천표 지아이셀 대표는 "현금 여력이 있는 해외 기업과 국내 바이오벤처 간 M&A를 장려하는 다양한 기회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런 M&A는 바이오벤처에게 자금뿐만 아니라 상업화 노화우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아 개발 기술과 관련 없는 제품 판매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다가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바이오벤처도 있다"며 "개발 중인 첨단 바이오 의약품의 시장 진출이 규제 완화로 빨라진다면 바이오벤처 자금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반쪽짜리 출범으로 논란이 된 'K-바이오·백신 펀드'가 처음부터 잘못 설계됐다는 고백도 나왔다. 김현주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과 과장은 "정부는 바이오 분야를 차세대 먹거리로 생각해 5000억원 규모라는 유례 없는 펀드를 조성하고자 했다"며 "이 규모 자체가 당시 시장 상황에서는 어려웠고, 2500억원으로 나뉘긴 했지만 이 금액도 펀드 운영사가 조성하는 데 버거워했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더 빨리 지원해보고자 5000억원 펀드 조성에 3개월 시간을 뒀지만, 이 정도 금액을 모으려면 최소 6~9개월이 소요된다. 애초에 설계가 잘못됐다"며 "8월 중에라도 현재까지 모인 70% 금액은 우선적으로 투자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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