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없는 아파트’ 원전으로 회귀하는 일본, 한국 지척 대마도에 방폐장 검토하나
동일본대지진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원자력 발전에 다시 시동을 건 일본이 한국과 가까운 쓰시마섬(대마도)에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나가사키현 쓰시마시 의회에서 열린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방폐장 유치를 위한 정부 조사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두고 찬반 양론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건설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상공인들은 조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시민단체 등은 과거 피폭의 기억이 있는 현민의 정서를 거론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쓰시마시에 방폐장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이었다. 건설업자 중심인 상공회가 어려워진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방폐장 유치 청원을 시의회에 제출한 것이다.
이들이 방폐장을 요구하게 된 배경에는 일본의 심각한 지방소멸 문제가 있다. 쓰시마시의 인구는 1960년 약 7만명이었지만, 현재는 약 2만8000명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지역의 기간산업인 어업과 건설업이 쇠퇴했다. 그나마 한국 관광객 유치로 버티던 관광업도 양국 관계 악화와 코로나19 창궐 속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려운 쓰시마시의 사정은 ‘원전 회귀’를 도모하며 방폐장 후보지를 찾던 정부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정부 산하 ‘원자력발전환경정비기구(NUMO)’는 2020년 쓰시마시 의회 관계자들과 물밑에서 접촉했으며, 이듬해에는 시 상공회를 방문해 방폐장 유치 절차에 참여하면 받게 되는 막대한 교부금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방폐장 입지와 관련된 문헌조사에만 응해도 해당 지역에 20억엔(약 183억4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 뒤 쓰시마시에는 방폐장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됐다. 방폐장 추진에 찬성하는 측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선 문헌조사만 받아들여 교부금 20억엔을 받으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반대 측 관계자는 “한 번 조사를 받아들이면 나중에 반대해도 국가가 놓아주지 않는다”며 “20억엔은 지역 발전을 위한 기폭제가 아니라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방폐장 유치를 위해 10곳 정도의 후보지를 확보하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위해 문헌조사 지역을 최대한 늘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방폐장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어도, 일단 조사를 받아들이는 지자체가 늘어나면 우려가 희석될 것이란 계산에서다. 현재까지는 홋카이도의 2개 지역이 조사를 수용했으며 쓰시마까지 참여하면 일본 정부로서는 반가운 상황이 된다.
다만 쇠퇴한 지방자치단체들을 돈으로 유인해 위험 시설을 유치하게 하는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지사도 과거 “돈다발로 따귀를 때리듯 지자체를 모으는 방식에 의문을 가지는 이가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정부가 (방폐장 유치에) 힘을 쏟는 이유는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고도 불리는 원자력정책의 ‘결함’을 마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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