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끼리 전쟁" 숙박앱 한달 광고비 90만원, 감당하는 속사정
플랫폼업체들의 불공정 거래 문제가 또 불거졌다. 과거 수수료가 과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런 비판을 피하고자 일부 플랫폼들이 수수료를 '광고비'로 돌린 양상이다. 플랫폼 중에는 숙박앱들의 광고비가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는데, 중소 업소들은 플랫폼 도움 없이는 장사하기가 힘들어 광고비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고 있다.
11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중 숙박앱에 입점할 때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5월 '온라인 유통거래 실태조사'로 숙박앱에 입점한 소상공인, 중소 숙박업소 300곳을 조사하니 한달 평균 야놀자에 지불한 광고비가 96만원, 여기어때는 83만원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배달의민족 평균 광고비는 24만원, 요기요는 17만원, 쿠팡이츠는 9만원이었다. 패션앱, 오픈마켓앱과 비교해도 숙박앱들 광고비가 많이 들었다. 숙박업 입점업체 62.3%는 광고비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야놀자, 여기어때도 광고비는 자율적으로 받는다. 적게는 2만원, 많게는 300만원 낼 수 있다. 광고비를 내지 않고 업소 정보를 올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평균 광고비가 96만원으로 계산되는 것은 적지 않은 업소들이 매달 100만원 넘게 광고비를 내기 때문이다.
충청남도 A 모텔 정사장은 야놀자 광고비를 200만원씩 쓴다. 요즘 손님의 70~80%가 숙박앱으로 방을 잡으니 광고를 안하고는 숙박업을 할 수가 없다. 전국 숙박업소들과 비교하면 정 사장이 광고비를 많이 내는 편이지만, 정 사장과 경쟁하는 모텔들과 비교하면 정 사장은 평균 수준이다. 정 사장 모텔은 기차역 근처에 있어 주변에 모텔이 스무곳 남짓 있고, 보통 광고비를 100~200만원씩 낸다.
이런 데서 광고비를 적게 내면 큰 손해다. 야놀자는 광고비를 많이 낸 업소 광고를 사람들 보기 편한 데 배치하고, '할인쿠폰'도 많이 붙여준다. 광고가 눈에 띄고 가격이 싸니 손님들 '쏠림 효과'가 크다. 정 사장이 광고비를 200만원 내면 매출이 1000만원 수준인데, 언젠가 야놀자와 갈등을 겪어 25만원 낼 때는 100만원으로 떨어졌다.
결국 광고비로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매출이 늘어난다고 영업이익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야놀자에 판매 수수료 10%는 별도로 내야 한다. 여기에 직원 세명 인건비 800만원, 각종 공과금까지 지불하면 매달 100~200만원 적자다.
정 사장 모텔과 경쟁 모텔들은 대체로 이렇게 적자를 낸다고 한다. 모텔들은 방이 20~30곳씩, 크기로 따지면 전국에서 '평균' 수준이다. 정 사장은 야놀자 광고 경쟁이 "을(乙)끼리 전쟁"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참여한 중소 숙박업주들은 숙박앱 비용부담 적정성에 100점 만점 중 평균 32.8점을 줬다. "비용부담이 과한데 협상력 차이 때문에 대응이 어렵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 정 사장은 야놀자 광고 탓에 "숙박업이 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며 "현재로서는 업주들이 사이트에 종속되는데 이를 개선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 사이트인 아고다와 부킹닷컴도 광고비를 낸 업체 광고는 검색 순위를 올려주는 이른바 '뒷광고'를 했다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받았다. 플랫폼들의 불공정거래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광고비 문제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플랫폼과 중소 상인들의 협상력 차이를 개선할 법안을 발의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4월 광고비를 과하게 정한 행위를 불공정거래로 규정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을 대표발의했다.
적지 않은 중소 상인들은 온플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법 제정에 찬성한 비율은 숙박앱(78.7%), 배달앱(77.3%), 오픈마켓(77.0%), 패션앱(71.3%) 순으로 높았다.
표준계약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응답은 배달앱(68%), 숙박앱(67.3%), 오픈마켓(61.3%), 패션앱(55.7%) 순으로 높았다. 네 업종 모두 응답 입점기업 과반이 표준계약서에 비용부담 완화 방안을 실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들에 대해 최소 규제 원칙을 정해두고, 지난해부터 정부 기관에 자율규제를 받으면 과징금 감경 등 유인책을 시행하고 있다. 손성원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중소 입점업체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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