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주고 굳이…" 점점 안 찾는 캐스퍼·모닝·레이 '울상'

정한결 기자 2023. 7. 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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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형 자동차'로 꼽히는 경차가 올해 들어 다시 부진에 빠졌다.

같은 불황형 차량인 소형차는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경차는 판매량 하락으로 신차 출시가 늦춰지는 악순환에 돌입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시장에 경차가 캐스퍼·모닝·레이 3종에 불과해 선택지가 많지 않은 데다가 소형차에 비해 이점이 줄어들면서 소형차로 수요가 이동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캐스퍼와 모닝 등 주요 경차의 가격이 최대 2000만원대에 육박하는 가운데 소형차도 2000만원대 가성비를 앞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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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기아.

'불황형 자동차'로 꼽히는 경차가 올해 들어 다시 부진에 빠졌다. 같은 불황형 차량인 소형차는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경차는 판매량 하락으로 신차 출시가 늦춰지는 악순환에 돌입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감소한 6만1586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형차 판매량은 7만2964대로 13.6%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경차가 소형차 판매량을 앞섰는데, 1년 만에 역전됐다.

경차와 그보다 한 급 위인 소형차는 둘 다 불황형 자동차로 불린다. 경차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직후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2012년에는 약 21만대까지 팔렸다.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고금리·고물가·고유가에 따른 경기침체를 맞은 지난해 전년보다 38.7% 늘어난 13만3294대가 판매됐다. 소형차 역시 완성차업계가 '가성비'를 앞세워 판매하는 저가형 차량이다.

올해도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차의 인기만 시들하다. 국내 시장에 경차가 캐스퍼·모닝·레이 3종에 불과해 선택지가 많지 않은 데다가 소형차에 비해 이점이 줄어들면서 소형차로 수요가 이동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캐스퍼와 모닝 등 주요 경차의 가격이 최대 2000만원대에 육박하는 가운데 소형차도 2000만원대 가성비를 앞세우고 있다. KG모빌리티의 소형 SUV 티볼리의 경우 최저가가 1800만원대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경차는 선택의 폭이 좁아 일단 제쳐두는데, 소형차 쪽이 종류도 많고 가격 이점도 나쁘지 않다"며 "경차와 소형차 구분이 애매모호해진 가운데 가성비가 인기의 척도가 됐다"고 밝혔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실제로 각종 소형차를 앞다퉈 신차로 출시해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에만 코나·셀토스·니로·티볼리·트랙스 등의 신차 내지 부분변경 모델이 나왔다. 2000만원대의 가성비를 내세운 소형차들은 '생애 첫 차' 경쟁자로 꼽히는 준중형 세단이나 경차보다 잘 팔린다. 수출 시장에서도 장점이 크다. 트랙스나 XM3, 셀토스, 코나 등은 한국보다 각각 미국, 유럽, 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더 인기다.

반면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경차 라인업 확대가 쉽지 않다. 다른 차급에 비해 단가가 낮아 팔아도 많이 남는 구조가 아니다. 스파크는 판매량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단종됐으며, 캐스퍼·레이·모닝 모두 위탁 생산 중이다. 특히 캐스퍼의 경우 생산직 임금이 기존 생산직에 비해 50%가량 낮으며,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등 비용을 낮추는데 신경을 썼다.

무엇보다 수요가 받쳐줘야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이 가능한데 전체 경차 판매량은 줄어드는 악순환에 돌입했다. 캐스퍼는 2021년 출시 이후 줄곧 경차 판매량 1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신차 효과가 끝나가고 있다. 올해 캐스퍼의 상반기 판매량은 2만1064대로 레이(2만5816대)에 뒤졌다.

레이·캐스퍼에 비해 판매량이 적었던 모닝(1만2977대)의 부분변경 모델이 최근 출시됐음에도 소형차 선호 현상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1억원 이상의 월급을 주면서 경차를 생산하기에는 돈이 남지 않는다"며 "자체 생산 없이 전부 위탁 생산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이프사이클도 길어 신차 발표가 늦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수만대 정도로 시장이 좁아졌다"고 밝혔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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