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저버린 이적 아닌 '합의 통한 수원행'...박동혁 감독이 마침표 찍은 고무열의 이적 이야기

신동훈 기자 2023. 7. 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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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신동훈 기자(아산)] 갑작스럽게 이뤄졌던 고무열 수원 삼성 이적은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박동혁 감독 발언으로 완전히 종지부를 찍었다.

고무열은 포항 스틸러스,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등을 거친 검증된 스트라이커다. 대한민국 국가대표로도 뛴 적이 있다. 득점력과 더불어 공을 다루는 기술은 K리그 공격수 주에서 최고로 평가됐다. 상종가를 달리던 고무열은 강원FC 시절 당한 부상으로 인해 오랜 휴식기를 겪었다. 강원을 나온 고무열은 군 시절을 보낸 충남아산으로 향했다. 충남아산은 시민구단화 되기 전에 군경 팀인 아산 무궁화였다.

당시 박동혁 감독을 지휘를 받았는데 여전히 지휘봉을 잡고 있어 재회하게 됐다. 이로써 충남아산은 창단 역사상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선수를 품게 됐다. 고무열은 올 시즌 충남아산에 복귀하기 전까지 K리그 통산 301경기에 나왔고 69골 29도움을 기록한 선수다. K리그2 득점왕인 유강현이 나간 가운데 박대훈, 이창훈, 정성호 등을 데려온 충남아산은 고무열을 품으며 확실한 힘을 얻게 됐다.

고무열은 시즌 초반엔 아예 나오지 못했다. 부상 회복 여파였다. 부상은 회복해 훈련은 소화했지만 실전에 나설 몸 상태가 아니었다. 충남아산도 이를 알고 영입한 것이다. 고무열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줬고, 뛸 상태가 되자 교체로 내보내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고무열은 속도나 움직임 면에선 아쉬워도 여전히 공을 다루는 능력과 순간적인 센스는 돋보였다. 성남FC전엔 골까지 넣었다.

# 갑작스럽게 발생한 이적설

그러던 중, 고무열은 수원과 연결됐다. 김병수 감독이 노린다는 이야기가 퍼져갔다. 안병준, 뮬리치 모두 부상 빈도가 잦아 고민이 있던 가운데 김병수 감독이 고무열 영입을 원한다는 이야기였다. 고무열의 당시 상황을 보면 충분히 그런 설이 나올 만했다. 일단 안산 그리너스전이 끝나고 박동혁 감독은 1-0으로 이겼지만 "결과는 만족해도 내용은 아니다. 체력적인 거나 준비했던 거나 실망스러웠다. 후반에 교체 들어간 선수들한테 굉장히 실망했다. 앞으로 저런 선수들한테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고무열은 안산전에서 후반 15분 강민규를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고무열 외 이창훈, 두아르테, 김강국, 이학민이 교체로 들어갔다. 박동혁 감독이 특정 한 명을 언급하진 않고 교체 선수들 전체를 비판했으므로 고무열도 범주 안에 있었다. 공교롭게 경기 직후 장신 외인 스트라이커 아폰자 영입 임박 소식이 들려왔다. 아폰자는 시즌을 치르고 합류해 곧바로 경기에 뛸 수 있는 몸 상태로 알려졌다.

또다른 외인 하파엘도 합류가 직전이었다. 이어지는 김포FC전에서 고무열은 명단 제외됐다. 안산전에서 특별히 몸에 이상이 없어 보였기에 명단 제외에 의아함을 자아냈다. 경기는 1-1로 끝이 났다. 이렇듯 감독의 비판, 외인 공격수 두 명 영입, 명단 제외 등이 한꺼번에 발생해 고무열 이적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김병수 감독과 인연, 스트라이커 영입이 절실한 수원의 상황과도 연결됐다.

# 순식간에 벌어진 이적

'인터풋볼'이 7월 4일 충남아산에 문의를 했을 때 "박동혁 감독님이 안산전 직후 한 이야기와 고무열 명단 제외는 관련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고무열이 김포전에 빠진 이유는 부상이 있어서 그랬다"고 덧붙였다. 수원 이적설을 묻자 "아직까지 들은 이야기가 없다. 주변에서 가능성을 제기하고만 있지 실제론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후 고무열 수원 이적설은 사그라들 것으로 봤는데, 6일 수원행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시 충남아산에 문의한 결과, "2일 전까지만 해도 공식적인 제의가 없었다. 그러다 김병수 감독이 간절히 원한다는 소식을 구단에 전했고 고무열도 이를 알게 됐다. 고무열은 구단과 협의를 했고 서로 좋은 방향을 택했다. 곧 수원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도 7일 "(고무열과) 협상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 아직 최종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빠르게 노력하고 있다"라며 영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병수 감독 선택이다. 포철고 시절부터 연을 맺었고 강원에서도 2년 동안 함께 했다. 당시 고무열이 커리어 하이를 찍었었다. 윙포워드 보강이 필요한 상황에서 김병수 감독이 적극적으로 원했다"라며 협상 배경을 설명했다.

영입 공식발표는 8일날 나왔다. 고무열은 수원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마지막이라는 간절함으로 수원을 위해 싸우겠다. 부상에서 회복을 마쳤기 때문에 언제든 준비가 돼있다"며 "친구 안병준과 가족 같은 김주원이 있어 쉽게 적응할 것 같다. 감독님이 원하는 움직임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수원삼성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신의 저버린 이적? 박동혁 감독의 부정

고무열 수원 이적 발표에 충남아산 팬들은 당황했다. 충남아산 팬들은 고무열 복귀 경기에서 플랜카드를 들고 환영을 했으며 부상으로 인해 잘 나오지 못해도 기다려줬다. 고무열이 고액 연봉자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충남아산 구단 사정을 고려하면 당장 주전으로 나와 활약을 해야 했지만 기다려줬는데 많이 뛸 시점이 되자 이적을 한 건 분명 서운한 일이었다.

반 년 만의 이적에 박동혁 감독과의 신의를 저버린 이적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고무열 이적에 대한 여러 안 좋은 평가가 나온 가운데, 10일 충남아산과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 사전 기자회견에서 박동혁 감독이 직접 의견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기 의지, 상대 팀 분석 등보다 고무열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박동혁 감독은 "서로 좋은 방향을 찾았다. (고)무열이는 좋은 선수니까 팀 스타일에 맞을 때까지 더 기다리고 싶었지만 본인의 마지막 축구 인생이 걸려 있고 여러가지 사항이 있어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는 팀으로 가는 게 맞겠다고 생각한다. 결정하기 매우 힘들었다. 우리 팀 축구에 사실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우린 정말 많이 뛰고 전환이 빠른데 무열이는 그런 유형은 아니었다. 그래서 너무 아쉽다"고 했다. 

이어 "보내면서 뭉클했다. 이적하는 과정에서도, 이적이 확정된 뒤에도, 수원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한 뒤에도 연락을 계속 나눴다. 서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 충남아산이 무열이 정도 되는 선수, 그 정도 커리어가 있는 선수를 영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쉬움과 뭉클함이 공존하다. 무열이는 무조건 데리고 있어야 하는 선수다.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서로 좋은 방향을 택했다. 선택하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좋은 방향을 찾은 거니까 안 좋게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무열이는 정말 가진 게 많은 선수다. 수원이 지금 바쁜 가운데 좋은 역할을 할 거라고 본다. 수원과 대전하나시티즌 경기도 봤다. 무열이는 데리고 있으면 정말 좋은 선수인데 그렇다고 벤치에만 둘 수는 없는 공격수이기도 하다. 나쁘게 가지 않았고 서로 좋게 나갔다. 이적 고민을 나랑 했다"고 이야기했다.

박동혁 감독은 스스로 더 이상 고무열에 관한 부정적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종지부를 찍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억지로가 아닌 진심이 묻어 있었다. 고무열의 이적에 대해 아쉬운 충남아산 팬들이 있는 건 당연하지만 적어도 신의를 버리고 간 건 아니라는 건 확실해졌다. 전 소속 선수이자 제자, 후배를 향한 진심이 보였다. 박동혁 감독 발언으로 고무열 이적 이야기는 이제 완벽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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