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간기업과 좌담회 열었지만…"립서비스론 부족" 지적
전문가 "정책 불확실성에 민간기업 자신감 상실"
"국유기업 수준의 보조금 등으로 차별 시정해야"
중국 정부가 민간기업의 의견을 듣는 행사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당국은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립서비스론 부족하며 보조금 등에서 국유기업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중국경제망 등에 따르면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은 전날 민간기업과 소통하는 좌담회를 열고 경영 상황과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중국 대표 검색 업체인 바이두, 태양광 선두 기업 룽지그린에너지, 지민커신 제약, 춘추여행 등이 참석했다.
발개위는 이 자리에서 기업이 제기하는 구체적인 요구를 관련 당사자와 적극 조정해 조속한 해결을 추진하고, 진지한 검토를 거쳐 거시적 차원의 정책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주임은 거시경제 정책 및 조치의 개선을 촉진하는 데 이번 좌담회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개위는 지난 3일에도 민간기업 대표들과 비슷한 행사를 개최했다. 당시에는 건설기계업체 싼이, 전자기기업체 AUX그룹, 물류업체 위안퉁, 의류업체 보쓰덩, 생수 업체 눙푸산취안 등 각계 1~2위 기업들이 참여했다.
5일에는 왕원타오 상무부 장관이 글로벌 제약사 12곳을 불러 원탁회의를 열고 "의약 업계를 포함한 외자기업들에 더 많은 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외자 유치를 중요한 위치에 놓고 경영 환경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업정보화부도 6일 전자·석유화학·철강·장비제조·자동차·식품·방직 등 제조기업과, 7일에는 전자·소프트웨어·신소재·신에너지·의료기기·제약 등 분야의 중소기업과 연이어 원탁회의를 열었다.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장관은 "최선을 다해 제조기업의 '친정집'이 되겠다"면서 "핵심 경쟁력 제고와 세계 일류 기업 건설을 위해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중국 경제 부문 장관급 인사들의 잇따른 기업 친화 행보는 경제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직접 민간기업과 외자기업을 상대로 투자 유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경제 운용 방향을 제시하는 작년 말 중앙경제공작(업무)회의는 "각급 지도 간부가 민영기업의 어려움 해결을 위해 친밀하고 투명한 정부-기업 관계를 구축하며 외자 유치와 이용에 더 힘을 쏟으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의견 청취와 선언만으로는 민간기업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류위안춘 상하이금융경제대 교수는 "민간 기업의 자신감 부족은 경제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며 "특히 민간 기업의 활동 공간, 자금 조달 가능성, 공정한 경쟁을 누릴 수 있는지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민간 기업에 대한 감세와 국유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보조금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린차이이 중국수석이코노미스트포럼연구소 부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민간기업의 회복 속도가 국유기업에 비해 느린 것은 자원과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민간 부문에 대한 지원이 단순한 립서비스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연 매출 2000만위안 이상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공업기업 이익의 올 1~5월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민간기업이 -21.3%, 국유기업이 -17.7%로 집계됐다. 민간기업의 수익성이 더 크게 악화한 것이다.
린 부소장은 "개혁개방 초기에는 정책이 안정적이어서 민간기업이 자신감을 가졌고 번영으로 이어졌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정책이 불안정해졌다"고 진단했다.
국무원 싱크탱크인 개발연구센터의 장원쿠이 연구원은 "팬데믹 기간 동안 재정이 악화한 지방정부의 민간 기업에 대한 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며 "일부 지방의 민간 기업에 대한 끝없는 조사와 시정 조치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회복 불균형이 중국의 장기적인 현대화 계획에도 지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에 따르면 중국의 민영기업 수는 5월 말 기준 5090만개로 2012년 말의 1086만 개에서 4.7배 늘었다. 중국 전체 기업의 92.4%가 민영기업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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