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놓고 미국 '협박'… 나토·ARF서도 대북 압박 거세질 듯
"앞뒤 안 맞는 억지… 한미일 대응 강화 '역작용' 부를 것"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이 미군 정찰기의 통상적인 정찰활동을 겨냥해 "격추"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잇따라 열리는 다자 국제회의에선 북한의 도발·위협을 규탄하는 메시지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선 11~12일(현지시간) 이틀간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참여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국(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어 13~14일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들을 포함한 20여개 나라 장관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각각 개최된다.
이번 나토정상회의엔 윤석열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 자격으로 참석하고,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우리 정부를 대표해 함께한다.
우리나라는 나토 회원국이 아닌 만큼 이번 정상회의에서 채택할 공동성명에 직접 참여하진 않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과 도발 저지 등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나토 회의 기간 중엔 AP4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어 우리나라 등 4개국 정상들은 이를 통해 역내 안보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을 규탄하고 비핵화 대화 복귀를 촉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나토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10일 보도된 AP통신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나토 회의에서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의 맹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또한 이번 나토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위협을 규탄하면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당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토정상회의에 뒤이어 열리는 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북한 관련 문제는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ARF는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유일한 다자 안보 협의체이기도 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일정을 수행한 뒤 자카르타로 이동, 외교장관회의 참석 및 각국과의 양자 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원으로 꼽히는 불법 사이버 활동 및 노동자 해외 파견 차단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및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의 중요성 등을 강조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기간 중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도 열릴 전망이어서 이를 통해 '3국 간 안보협력 강화를 통해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강력 대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10~11일 이틀 간 국방성 대변인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의 연쇄 담화를 통해 최근 미군 정찰기가 동해 상공에서 대북 정찰임무를 수행한 사실을 겨냥, 자신들의 "영공" 또는 "경제수역(배타적 경제수역·EEZ) 상공"을 "무단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그에 따른 "군사적 대응 행동"을 예고했다.
북한의 연이은 담화엔 "격추" "참변" 등 위협적 표현도 다수 등장했다.
그러나 한미 당국은 미군 정찰기는 공해 상공을 정상적으로 비행했을 뿐 "북한 영공을 침범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EEZ나 그 상공 또한 각국의 영해·영공과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설령 미군 정찰기가 북한 EEZ 상공을 비행했다고 하더라도 "주권과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란 북한 측 주장 또한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라며 "북한이 향후 도발 명분으로 삼고자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이라면 당연히 한미, 한미일 대응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 입장에선 역작용, 반동에 직면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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