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분리징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대통령 재가까지 마치며 행정절차가 끝났다. 언론노조는 대통령이 ‘시행령 정치’로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국회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대통령이 재가하면서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행정 절차는 마침표를 찍었다.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은 공포 즉시 시행된다. 대통령실이 지난달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부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후속 절차와 함께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지 36일 만이다. 통상 시행령 개정 절차 중 하나인 입법 예고 기간만 40일, 전체 시행령 개정에는 3~5개월이 걸린다.
KBS는 이날 입장문을 내 “시행령 개정 사유가 ‘국민 불편 해소와 선택권 보장’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다. KBS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프로그램과 공적 책무 수행에 쓰여야 할 수신료가 징수 비용으로 더 많이 쓰여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놓인다”라며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가 유지돼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별도로 내야 하는 번거로움도 유발된다”라고 말했다.
KBS는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을 놓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KBS는 지난달 26일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의 입법 예고 기간을 40일에서 10일로 단축할 근거가 없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고, 그에 앞서 시행령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정부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국민은 기다리고 있다”라며 “공영방송이 공적 역할의 안정적 수행을 위해 헌법재판소의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 신속 인용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의철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은 지난 10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김 사장은 “공사의 신규 사업을 모두 중단하고, 기존 사업과 서비스는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비상 경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라고 밝혔다. 한전과의 협력을 통해 징수율을 높일 계획을 말하며 “실무 차원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도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을 알리지는 않았다. KBS는 향후 꾸려질 TF에서 중단할 사업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TF 총괄은 김 사장이다.
언론노조 등 언론 현업단체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장에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수신료 분리징수 폭거에 입법기관의 의무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는 수신료 분리징수 폭거를 막기 위해 국회에 김효재 직무대행의 즉각 탄핵을 요구한 바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며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금이라도 나서서 정부의 ‘막가파’식 수신료 분리징수 개정 과정에 대해서 정면으로 문제 제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국회에 공영방송 공적 재원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시민·노동자·학계·공영방송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즉시 구성하고, 수신료 징수 근거를 법률로 확정할 방송법 개정안을 조속히 상임위에서 논의하라고 요구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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