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 상황 완전 통제"…프리고진과 면담 두고 평가 다양
"바그너 그룹 러시아에 충성할 것"…"혼란스럽다"는 의견도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지난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중단한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지휘관들을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러시아 내에서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렌타루와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MK) 등에 따르면 콘스탄틴 돌고프 러시아 상원 경제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의 이번 만남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반란 진압 후 러시아 상황을 완전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면담을 마련한 사실은 중요하다"며 "이 점은 어떠한 반란 시도도 성공할 수 없다는 푸틴 대통령의 절대적인 상황 통제를 두드러지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면담은 모든 힘과 수단이 우리 국가와 시민의 안보 이익 등을 담보하는 것에 집중돼야 한다는 주요 메시지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또 "바그너 그룹 지휘부는 러시아 이익을 위해 복무할 준비와 대통령에 대한 헌신 등을 확실히 했다"며 "이는 바그너 그룹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통합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마르코프 러시아 정치연구소장도 돌고프 부위원장과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그는 이번 회의가 푸틴 대통령이 무장 반란이 발생한 이유를 이해하고, 바그너 용병들의 충성심을 프리고진이 아닌 자신에게 끌어오기 위한 2가지 목적에서 열렸다고 설명했다.
마르코프 소장은 "이번 회의를 통해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그들의 전문 분야에서 계속 활동할 것임이 분명해졌다. 즉 그들은 전투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회의에서 바그너 그룹 지휘관들은 프리고진이 아닌 러시아에 충성한다는 것을 확실히 했다고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마르코프 소장은 이번 회의가 열린 뒤에도 러시아 수사당국이 프리고진의 사업체와 저택을 수색해 돈다발과 금괴, 변장 도구 등을 찾아낸 사실을 러시아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점을 주목했다.
이를 두고 그는 무장 반란에 실패한 프리고진이 비록 푸틴 대통령과 만났지만 부정적인 평가를 씻어내지 못했으며, 프리고진은 자신에게 주어진 해명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마르코프 소장은 또 이번 푸틴 대통령과 바그너 그룹 지휘관들의 만남이 해외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진 것도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숨겨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반드시 숨겨야 하지만 이번 면담은 감출 필요가 없었다"며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 지휘관들을 만나 그들을 이해하려고 한 점은 잘못된 게 아니며, 35명의 사람과 함께 중요한 주제(반란)에 관한 면담을 한 사실을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여파가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시점에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이 다시 대면한 것은 오히려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러시아 정치학자 예브게니 민첸코는 "러시아 정치 엘리트 계층에게 이번 만남은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이들에게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0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 지휘관 등 35명을 크렘린궁으로 초청해 3시간 동안 면담했다고 밝혔다.
이번 면담은 프리고진이 처벌 취소와 벨라루스 망명을 조건으로 지난달 24일 무장 반란을 중단한 지 닷새 만에 열린 것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당시 면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당시 사건에 대한 그의 평가를 밝혔고, 같은 사건에 대한 바그너 지휘관들의 설명도 청취했다"고 말했다.
또 "바그너 지휘관들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대통령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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