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 아버지에 ‘괴수’ 아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MLB 100년 역사 첫 부자 홈런더비 우승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가 2023년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의 2007년 홈런더비 우승 이후 16년 만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차례로 홈런더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MLB 역사상 처음이다.
게레로 주니어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홈런더비 결승에서 란디 아로사레나(탬파베이)를 25-23으로 꺾었다. 이날 우승으로 게레로는 2019년 1~3라운드 합계 역대 최다인 홈런 91개를 치고도 결승에서 단 1개 차로 피트 알론소(뉴욕메츠)에게 패했던 아쉬움까지 털었다.
이날 홈런더비는 1~2라운드는 3분, 결승에서는 2분 동안 가장 홈런을 많이 친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라운드의 마지막 순간에 접어들면 30초의 보너스 타임을 받고, 440피트(약 134m) 이상 홈런을 치면 또 30초의 보너스 타임을 받는다. 1~2라운드 보너스 타임은 최대 1분, 결승은 2분이다.
게레로 주니어는 1라운드에서 무키 베츠(LA다저스)를 26-11로 가볍게 꺾었다. 2라운드에서는 21-20으로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를 꺾었다. 로드리게스는 시애틀 홈팬들의 열광적인 성원 속에서 1라운드에만 홈런 41개를 때렸지만, 2라운드 들어서는 홈런 개수가 절반 이하로 주저앉았다. 로드리게스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게레로 주니어가 여유 있게 이겼다. 보너스 타임을 받을 수 있는 440피트 이상 홈런만 5개를 때렸다.
게레로 주니어는 아로사레나와 맞붙은 결승전에서도 지치지 않았다. 첫 47초 동안 6홈런을 기록한 뒤 타임아웃을 부르고 잠깐 쉬었고, 이후 정규시간 남은 1분 13초 동안 홈런 14개를 몰아쳤다. 440피트 이상 홈런 2개로 확보한 보너스 타임 60초 동안 홈런 5개를 추가하며 결승전을 25홈런으로 마쳤다. 뒤이은 아로사레나도 마지막 90초 동안 홈런 15개를 몰아치는 등 23홈런으로 추격했지만, 끝내 게레로 주니어를 넘지 못했다. 440피트 이상 홈런 1개로 보너스 타임을 30초밖에 받지 못한 게 아쉬웠다.
아들의 우승 소식에 게레로 시니어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대단한 퍼포먼스였다. 아들아, 네가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게레로 시니어는 LA에인절스 소속이던 2007년 토론토의 알렉시스 리오스를 꺾고 홈런더비에서 우승했다.
게레로 주니어는 활짝 웃으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자연스럽게 아버지에 관한 질문이 뒤따랐다. 게레로 시니어는 통산 449홈런을 때렸고, 2018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것이 다음 목표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하기엔 너무 어리다”고 웃으며 “언젠가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될 날이 올 테고, 그때에는 내가 아버지보다 나은지 못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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