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최적안은? ‘기초자치단체 부활’

11일 행정체제 모형안 연구용역서 6개안 검토
용역진, 최적안으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제시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11일 오전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모형안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가 추진하는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의 적합한 모형으로 시·군·구 또는 시·읍·면 단위로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는 안이 제시됐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11일 오전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모형안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었다.

이번 용역을 수행 중인 한국지방자치학회는 제주형 행정체제의 모형으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의회구성 기초자치단체’ ‘행정시장 직선제 ’ ‘행정시장 의무예고제’ ‘읍면동장 직선제’ 등을 놓고 검토했다. 그 결과 적합 대안으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또는 ‘시읍면 기초자치단체’ 모델을 선정했다.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로 출범하기 이전 행정체제와 같다. 광역-기초의 자치구조로, 현행 다른 지역 행정체제이다. 제주도지사와 시장 또는 군수를 주민직선으로 선출하고, 의회를 두는 것이다.

2번째로 제시된 최적 모형인 시읍면 기초자치단체는 제주도지사, 시장·읍장·면장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시의 경우에는 행정동을 설치한다.

다만 연구진은 2개의 적합대안 중에서도 시읍면 기초자치단체는 전례가 없는 새로운 모형이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사실상 특별자치도 이전 행정체제였던 시군구 기초자치단체가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이 안이 실현될 경우 주민 참여가 강화되는 반면 지역갈등 발생 우려가 있고 제주특별법과 부합하지 않아 법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했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중간보고회 이후 여러 형태의 도민 의견 수렴 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13일 제주문학관에서의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24~29일 제주도 전역 16개 지역에서 행정체제 모형안에 대한 도민 경청회를 연다. 8월19일에는 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도민 참여단 300명을 대상으로 한 제2차 숙의 토론회를 운영한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8월말까지 제주를 몇 개의 행정구역을 나눌 지를 결정하는 행정체제 구역안을 논의한다. 10월부터 경청회와 토론회, 여론조사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12월에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앞서 2006년 7월1일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군(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을 없애고 광역자치단체인 제주도만을 두는 단층제로 개편했다. 대신 자치입법·예산권이 없는 2개의 행정시(제주시·서귀포시)를 뒀다. 행정시는 법인격이 없는 조직으로, 제주도지사가 행정시장을 임명한다.

단층제인 ‘제주특별자치도-행정시’ 체제는 제주라는 지역을 하나의 행정체제로 통합하면서 행정과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기초자치단체가 사라지면서 주민의 참정권과 편의성이 떨어지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가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제주도로 권력이 집중되면서 제왕적 도지사라는 별칭이 생겼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실제 제주도는 2011년, 2017년에도 각각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꾸려 행정체제개편 논의를 했다. 다만 행정시장을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를 도입하자는 결론만 도출했을 뿐 가시적인 결과물 없이 마무리됐다.

박경숙 행정체제개편위원장은 “도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행정체제개편 모형안 보고를 통해 도민 스스로 행정체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