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유령매출 논란 없어진다…게임화폐, 실제 사용돼야 매출로 인식

정혜윤 기자 2023. 7. 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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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회계·공시 지침 제정]②"국제회계기준 상충하지 않는 범위서 현실적 대안 마련"


정부가 11일 가상자산(가상화폐) 회계지침을 발표한 이유는 토큰 등 가상자산 거래는 활발해지는데 기업 회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다. 이 같은 상태에서는 지난해 초 위믹스 같은 사태가 또 일어날 수 있다. 또 덩치가 이미 커질 대로 커진 가상자산 사업자의 고객 위탁 자산 보유 현황 등을 처리하는 데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했다.

위믹스 매출 '수익'→'부채' 논란
특히 지난해 초 발생한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 유동화 논란이 불을 지폈다.

위메이드는 2021년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656%나 증가했다. 게임 매출도 있었지만 게임에서 채굴해 게임에서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가상화폐 위믹스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위믹스 유동화 매출만 2255억원에 달했다. 매출 중 상당액을 이익으로 잡아 주당 650원의 배당금 지급도 결정했다.

그러나 이듬해 3월 위메이드는 2021년 연간 매출의 40%에 달하는 2234억 원을 매출에서 제외한다고 공시를 번복했다. 회계법인에서 해당 실적을 당해 매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당초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게임에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위믹스가 적용된 게임이 별로 없었다. 상품권은 팔았는데 물건을 살 매장이 없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위메이드의 2021년 영업이익도 기존 3259억원에서 1009억원으로 변경되면서 3분의 1토막 났다.

위믹스라는 가상자산을 판매한 대금을 매출이 아닌 선수수익(일종의 선매출, 회계상부채)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회계법인의 판단이었다. 위믹스 사용자들이 가상화폐를 사용하고 나면 선수수익은 본래의 매출로 인식하면 된다.

의무 모두 완수해야 '수익'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금융위원회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금융당국이 정비에 착수한 가상자산 회계기준 변경도 위메이드 회계법인의 입장과 비슷하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도 이런 원칙(제1115호)이 있는데 '판매→가상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마련→가상화폐 사용'이라는 단계를 제시하고, 기업이 어느 단계에서 매출을 잡을 지 기준을 명확히 하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구두 상품권을 팔았을 때 매출을 잡을 것인지, 상품권이 돌아와 실제 구두가 팔렸을 때 매출을 인식할지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 과장은 "게임상의 유틸리티 토큰을 개발하는 회사가 개발하고 (이용자에게) 넘겨주면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매출로 처리할 수 있다"며 "그러나 (사용처가 없는) 토큰에 과연 투자자가 투자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구두 상품권이 구두로 교환돼야 매출로 잡는게 맞다는 뜻이다. 송 팀장은 "(토큰) 개발비 역시 자산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모두 다 비용으로 회계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상자산이나 플랫폼이 무형자산 정의를 충족하고 개발 활동에 해당한다는 6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개발비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다. 개발된 가상자산이 향후 시장에서 거래돼 가치가 충분히 형성될 수 있다는 등의 객관적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긴 하다.

고객이 맡긴 코인, 자산·부채 여부 '경제적 통제권' 고려
가상화폐거래소에 입고해놨는데, 해킹으로 날라간 고객 자산에 대한 책임공방도 이번 회계기준에서 명확히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일단 해킹사고 발생시 고객자산이지만 거래소의 재무제표에 들어가 있다면 무조건 물어줘야 한다는 기준을 내놨다.

현재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는 모두 고객 위탁자산을 본인 자산·부채로 계상하고 있지 않다. 앞으로 가상자산 사업자가 고객위탁 코인을 보유한 경우 '경제적 통제권'이 누구한테 있는지 등을 고려해 사업자의 재무제표상에 자산·부채 인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경제적 통제권은 가상자산 사용을 지시하고 가치상승 등의 효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송 팀장은 "가령 비트코인 100개 중 5개가 탈취됐는데 누구의 것인지 식별할 수 있으면 고객 자산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구분이 안 되면 가상자산 사업자 것으로 분류하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객의 지시에 의해 운용된다고 하지만 사업자가 마음대로 이체하고 교환하는 게 가능하면 사업자 자산으로 처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국제회계기준 제정 속도, 시장 변화 못 따라가"
정부가 가상자산 회계처리 지침을 만든 건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법률적 측면에서 소유권이 명확하게 확립돼야 하는데 그동안에는 가상자산 관련 법적 지위도 확립되지 못했다.

국제적으로 보면 독자적 회계기준을 사용하는 미국과 일본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고객위탁 가상자산 회계처리 지침을 내놨지만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회계처리기준 제정에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상태다. IASB는 향후 5개년(2022~2026년) 업무계획 수립에서도 가상자산 거래를 제외했다.

IFRS 제정속도가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달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가상자산 관련 규율체계가 마련된 만큼 국제회계기준과 상충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다만 송 팀장은 "가상자산 회계처리기준이 마련됐다고 해서 가상자산 자체가 지닌 변동성이나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라며 "가상자산 투자는 본인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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