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공포증 털어낸 유뱅크스, 8강 ‘돌풍’ “잔디는 이제 베스트프렌드”

이정호 기자 2023. 7. 1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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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유뱅크스. 게티이미지코리아



크리스토퍼 유뱅크스(43위·미국)가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총상금 4470만파운드·약 743억원) 남자 단식 8강에 진출했다.

유뱅크스는 11일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남자 단식 16강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5위·그리스)와 풀세트 접전 끝에 3-2(3-6 7-6<7-4> 3-6 6-4 6-4)로 승리,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유뱅크스는 호주오픈, US오픈서 2라운드 진출이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커리어 최고 성적을 연달아 뛰어 넘었다.

1996년생 유뱅크스는 조지아 공대 출신으로 대학 테니스 무대에서 두 차례나 올아메리칸 플레이어로 선정됐다. 프로 데뷔는 2017년으로 조금 늦었다. 한국팬들에겐 지난 1월 호주오픈 남자 단식 1회전에서 권순우를 풀세트 끝에 꺾은 선수로 익숙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0위권 밖에서 크게 두각을 보이지 않던 그는 최근 완연한 상승곡선으로 지난 7월 남자 단식에서 개인 최고인 43위까지 올랐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고전했던 잔디코트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유뱅크스의 윔블던 성공의 뒤에 전 여자프로테니스(WTA) 단식 세계 1위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의 조언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초 영국 서비턴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렉서스 서비턴 트로피 2회전에 탈락한 뒤 유뱅크스는 클레이스터르스에게 “잔디코트는 테니스에서 가장 이상한 표면”이라는 불평을 적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보냈다. 커리어에서 4번의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고, 윔블던에서도 두 차례 준결승에 올랐던 클레이스터르스는 “풋워크 훈련을 더 해보라”고 조언했다.

풋워크 강화는 극적인 변화를 안겼다. 6월말 잔디코트 대회인 스페인 마요르카 오픈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유뱅크스는 이번 윔블던까지 잔디코트 9연승 중이다. 유뱅크스는 치치파스전을 마친 뒤 “나는 생생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엄청난 일”이라면서 “남은 커리어에서 ‘멍청한 잔디코트’ 발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웃었다. 그는 “그동안 잔디코트는 나와 수년간 긴장 관계였는데 지금은 베스트 프렌드”라며 잔디코트에서 업그레이드된 경기력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잔디코트에서 자신감이 커진 유뱅크스의 장점이 더 부각된다. 2m01의 장신인 유뱅크스는 강한 서브가 무기다. 잔디코트는 빠른 코트 표면 때문에 강한 서브를 가진 선수들에게 조금 더 유리하다. 유뱅크스는 현재까지 토너먼트에서 가장 많은 85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자신의 서비스 게임 때 89%의 승률을 자랑한다. 강한 서브에 이은 묵직한 포핸드 스트로크는 화력을 더한다.

9번째 메이저대회 본선 무대에서 뛰는 유뱅크스는 평소 친분이 있는 여자 선수 코코 고프(미국), 오사카 나오미(일본)에 대한 고마움도 숨기지 않았다. “오랜 시간 내가 이 수준에서 뛸 수 있을 만큼 일관성을 가졌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었는데, 둘은 항상 내가 이 수준에 올라 있다고 말해왔다”고 했다.

윔블던 남자 단식 8강 대진이 완성됐다. 유뱅크스는 다닐 메드베데프(3위·러시아)와 4강을 다툰다. 카를로스 알카라스(1위·스페인)-홀게르 루네(6위·덴마크)간 ‘2003년생 영건’ 빅매치도 성사됐다.

반대쪽 대진에서는 노바크 조코비치(2위·세르비아)가 안드레이 루블료프(7위·러시아)와, 얀니크 신네르(8위·이탈리아)가 로만 사피울린(92위·러시아)과 8강에서 격돌한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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