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바이든-찰스 3세, 기후위기 문제 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을 순방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해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기후위기에 대해 논의하고, 양국 관계의 견고함을 확인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이날 영국 런던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회동한 뒤 윈저성에서 찰스 3세 국왕과 만났다.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에 불참한 채 영부인 질바이든 여사와 손녀만 참석해 ‘외교 결레’ 논란이 일은 바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의 주요 화제는 ‘기후위기 대응’이었다. 둘은 모두 기후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찰스 3세 국왕은 1970년대부터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기후위기에 대해 경고해왔다. 그는 재임 동안 13명의 미국 대통령을 만난 엘리자베스 2세 여왕만큼 ‘스타파워’가 있지는 않지만, 환경 분야에서는 좋은 평판을 쌓아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취임 초부터 기후 문제를 주요 정책 의제로 삼아왔다.
둘은 이 외에도 공통점이 많다. 만 80세인 바이든 대통령과 74세인 찰스 3세는 둘다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고대했던 권좌에 올랐다. 미국의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1970년대 본격적인 정치 생활을 시작해 50여년의 정치 경력을 쌓아왔고, 찰스 3세는 3살의 나이에 후계자가 되어 70년 간 왕세자로 머물렀다. 둘은 마침내 자리에 오른 후 분열된 국가 상황에서 정상적이고 통합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칠스 3세 국왕은 백악관과 왕궁을 떠나 각자의 은신처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점도 닮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말이면 백악관을 떠나 델라웨어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 머무는 것을 좋아하고, 찰스 3세 역시 버킹엄 궁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또 둘은 비슷한 문제를 직면하고 있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차남 헌터 바이든의 마약·탈세·총기 불법보유 등으로 정치적 부담을 겪고 있고, 찰스 3세도 차남 해리 왕자와의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국 국민으로부터 낮은 지지율을 보이며 큰 인기를 얻지 못한 것도 비슷하다.
바이든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은 이러한 공통점을 안고 이날 오전 윈저성에서 회동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둘은 이후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위한 재정 동원에 초점을 맞춘 자선가 및 투자자 그룹을 만났다.
영국 왕실에 관한 수많은 전기를 저술한 샐리 베델 스미스는 둘의 이러한 상호 관심사와 공통점이 유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찰스 3세 국왕이 이 주제와 관련해 한 일과 발언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많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수낵 총리와의 회담에선 우크라이나의 문제 등을 주로 논의하며 동맹 결속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후 바이든 대통령은 “긍정적인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우리 관계는 굳건하다”고 양국 관계가 공고하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집속탄 지원을 결정하면서 영국과 스페인, 캐나다 등 동맹국들로부터 우려를 산 바 있다. 당시 수낵 총리는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으나 영국이 집속탄 사용과 이전 등을 금지하는 국제 협약인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한 123개국 중 하나라는 점을 짚었다. 이날 회담에서도 수낵 총리는 영국이 집속탄 협약에 가입돼있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이 러시아 강요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밤 영국을 떠나 11∼12일 이번 유럽 방문의 주 목적지인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머물며 나토 31개국 정상을 만난다. 이후 유럽 순방 마지막으로 나토의 새 회원국인 핀란드 헬싱키를 방문해 이번에 핀란드 지도자들을 비롯해 북유럽 정상들과 만날 계획이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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