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보다 타이어”...상식 뒤집는 자동차 오염 물질 배출원
전기차, 배터리 무게 더해져
내연기관차보다 타이어 마모 심해
타이어, 연어 감소에 영향줬다는 연구
민들레 활용 등, 친환경 타이어 개발 시도
전기차의 등장으로 자동차 배기가스가 배출하던 오염 물질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타이어가 마모될 때 나오는 미세 입자가 배기가스보다 더 많은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심장과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여기다 배터리 무게로 인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무겁다. 전기차의 타이어 마모가 더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전기차 전환 이외에 타이어 재료를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9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타이어와 브레이크가 마모될 때 자동차 배기가스보다 훨씬 더 많은 오염 물질이 대량으로 만들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타이어가 마모될 때 나온 미세 입자와 초미세 입자가 인체에 유입돼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전기차 무게가 배터리 때문에 무거워지면서 타이어 마모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 전기차는 대용량 배터리로 인해 내연기관차보다 최소 50% 더 무겁고 타이어 마모는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WP는 “과학자들은 전기차가 더 많아질수록 환경 오염, 건강 위협 문제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 말한다”며 “배기가스 배출은 규제 대상인 반면 브레이크, 타이어의 오염 물질 배출은 규제 대상이 아니기에 가까운 미래에는 오염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연구를 진행한 캘리포니아대 정희정 교수는 “타이어와 브레이크 마모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들이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특히 브레이크가 마모되면서 나오는 미세 입자는 금속이기에 배기가스보다 독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2020년 1~2월, 롱비치와 애너하임에 위치한 두 개의 고속도로에서 자동차가 배출하는 오염 물질에 대해 조사했다. 애너하임 고속도로에서 브레이크와 타이어가 배출한 미세 물질은 전체의 30% 차지했다. 휘발유, 경유와 관련된 배기가스는 19%로 오히려 적었다. 롱비치 고속도로에서 브레이크와 타이어가 배출한 미세 물질은 전체의 15%로 휘발유, 경유와 관련된 배기가스에 포함된 미세 물질과 동일한 비율을 차지했다. 자동차 배기가스만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기존 상식을 뒤엎는 결과다. 정 교수는 “미국 모든 주에서 브레이크와 타이어 오염 물질 배출은 규제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주에서도 같은 현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정부 기관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주 정부 기관인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는 지난 2020년, 브레이크와 타이어 마모로 인해 배출된 오염 물질이 배기가스보다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인 ‘에미슨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타이어는 질량 기준으로 배기가스보다 약 2000배 많은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닉 모던 에미슨 애널리틱스 CEO는 “타이어 마모 물질 중에는 6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입자도 존재한다”며 “타이어에는 발암물질도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타이어에서 나온 오염 물질은 도로의 배수구로 씻겨 나가거나 토양에 스며든다”며 “최종적으로 물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타이어 마모 물질이 연어에 영향을 줬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나온 상태다. 워싱턴대학은 지난 2020년, 수십 년 동안 캘리포니아 하천에서 서식하던 연어가 감소한 원인이 타이어에서 나온 물질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에 과학계에선 타이어 재료를 천연 재료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타이어 다수는 발암 물질을 포함한 원유에서 추출한 합성 고무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타이어 회사는 민들레를 이용한 타이어 제조를 실험 중이다. ‘굿이어 타이어 애드 러버 컴퍼니’라는 타이어 회사는 지난해 미 국방부, 공군연구소 등과 수백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공군이 사용할 항공기 및 기타 차량용 타이어를 민들레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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