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도 행안부도 부정적이지만…불붙은 새마을금고 감독권 이관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일부 개별금고에서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 조짐이 나타났던 새마을금고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든 가운데 관리감독 주체의 개편 논의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새마을금고의 신용사업(금융부문)에 대한 관리감독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당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 감독 주체인 행안부의 금융분야 전문성이 떨어져서 이번 사태가 비롯됐다는 게 이같은 주장의 요체다.
11일 금융권과 국회 등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감독권을 행안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이관하는 내용의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속속 발의될 예정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당 홍성국 의원은 빠르면 이번주 안에 새마을금고의 신용사업 감독권을 금융위로 넘기는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워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국회에는 이미 지난 2021년 1월 이형석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도 계류돼 있다. 새마을금고의 신용사업에 대한 경영 건전성 확보를 위해 금융위가 감독 및 감독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새마을금고의 감독권 이관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행안위 소속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정부 총력전으로 조기 진화한 것은 다행이지만 새마을금고의 방만한 경영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보다 엄격한 감독체제를 위해 소관 기관을 행안부에서 금융위로 옮기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도 지난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감독부처인 행안부가 과연 적절한 감독을 했는지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며 "내부 구조조정과 은행에 버금가는 정도의 감독체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한 바 있다.
새마을금고의 감독권 이관 여부는 사실 오래 전부터 논란이 돼 왔지만 입법 동력을 찾지 못해 번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감독권 이관쪽에 힘을 보태면서 조만간 새마을금고법 개정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마을금고를 누가 감독할 것이냐가 논란이 된 것은 다른 상호금융권과 다소 상이한 감독체계 때문이다.
다른 상호금융기관인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산림조합은 포괄적 감독기관이 각각 농림푹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림청이지만 신용사업은 감독기관이 금융위, 검사기관이 금융감독원이다.
신용협동조합의 경우 신용사업 뿐만 아니라 경제·공제사업까지 금융위의 감독을 받는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신용사업까지 행안부가 감독 주체이며 금융위는 신용·공제사업 감독에 대해 '협의'를 하는 주체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1년에 몇 차례 열리는 데 그치는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을 감독하고 있지만 직접 감독권을 갖는 것과는 한계가 있다.
금감원 역시 행안부에서 요청이 오지 않는 한 독자적으로 새마을금고의 신용사업을 검사할 권한이 없다.
새마을금고는 또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의 신용사업이 신용협동조합법을 적용받는 것과 달리 새마을금고법을 따로 적용받는다.
그 결과 다른 상호금융권에 비해 건전성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행안부는 뒤늦게 유동성비율, 부동산·건설업종 대출한도, 부동산·건설업 대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등의 건전성 규제를 다른 상호금융기관과 동일하게 맞추는 입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행안부와 금융당국은 새마을금고의 감독권 이관에 모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감독권 이관 질문에 "금융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해서 현재 상황을 잘 관리해나가겠다"며 "현재 상황을 극복하고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감독권을 (금융당국으로) 옮기는 게 나은지 아니면 (현재처럼) 협조체계에서 할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고 적어도 지금은 그 논의를 할 시점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불안심리에 의해 (예금이) 빠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 때문에 일반 국민까지 피해보는 악순환을 끊어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지금은 사태 수습이 우선이기 때문에 감독권 이관 여부는 나중 문제를 의미로 읽히지만 행안부와 금융당국은 나름대로의 속사정 때문에 새마을금고의 감독권 이관에 부정적이다.
행안부의 경우 새마을금고의 감독권을 금융당국으로 넘기면 건전성 위주의 관리감독으로 인해 서민금융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총자산 284조원의 새마을금고를 소관기관에서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당국도 새마을금고의 감독권을 넘겨받는 게 부담스러운 눈치다. 당장 전국 1294개의 개별 금고를 갖고 있는 새마을금고를 감독·검사하기에는 현재 금융당국의 인력으로는 벅차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당국의 인력이 모자란데 1000개가 훨씬 넘는 새마을금고까지 감독·검사하기에는 사람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개별 금고가 독립채산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새마을금고의 조직 구조도 금융당국에게는 부담이다.
다른 상호금융권의 경우 건전성 감독·검사를 중앙회 차원에서도 맡는데 새마을금고의 경우 개별금고 이사장들이 중앙회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중앙회의 견제기능에 한계가 있어 상대적으로 금융당국의 감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건전성에 우려가 없다지만 일부 개별금고 차원에서는 부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금융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부실화의 책임만 떠맡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실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뒤에 받으면 모를까 굳이 지금 시점에서 감독권한을 받아오는 게 달가울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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